KPI뉴스 - "급매물? 2억 더 낮추면 살게"…매수자가 주도하는 주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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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2억 더 낮추면 살게"…매수자가 주도하는 주택시장

안재성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2-10-31 16:36:36
'허위매물'로 겁주는 것 통하지 않아
"집값 더 떨어질 것…급하면 팔아야"
사업가 황 모(남·55) 씨는 거주하는 서울 반포동 집 외에 대치동에 아파트 한 채(전용 125m²)를 더 가지고 있다. 요새 경기 악화로 사업이 부진해 빚은 늘고 금리는 올라 원리금 상환부담이 대폭 증가했다. 

버티려했지만 더는 견디기 힘들어진 황 씨는 갭투자한 대치동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았다. 요즘 매도 호가는 30억~32억 원 가량인데, 황 씨는 급해서 28억 원으로 낮춰 제시했다. 

호가를 낮춘 만큼 당장 매수자가 나타날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매수 문의가 들어오긴 했는데, "2억 원 더 깎아주면 사겠다"는 거였다. 황 씨는 "팔기는 해야 하는데 그렇게나 낮춰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임 모(50·남) 씨는 서울 잠실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다. 최근 잠실 브랜드 아파트(전용 84m²) 19억 원짜리 급매물에 매수 문의가 들어왔는데, "2억 원 더 깎아달라"는 조건이 붙었다.

집주인이 추가 삭감액이 너무 크다고 거절하자 임 씨는 중개를 성사시키기 위해 평소 하듯이 매수 문의자에게 '허위 정보'를 흘렸다. 18억5000만 원에 매수 제안이 들어왔다고. 

하지만 부동산 호황기에는 잘 통하던 허위 정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매수 문의자는 "그럼 그 사람에게 팔라"며 코웃음만 쳤다. 임 씨는 양쪽을 설득해봤지만, 둘 다 자기 의견을 꺾지 않아 결국 중개를 포기했다. 

▲ 요즘 부동산시장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다. 매수 문의자들은 급매물에도 가격을 더 깎자고 역제안한다. 서울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요즘 부동산시장은 매수자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5.4로, 2019년 6월 둘째 주(76.0) 이후 3년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있는 서울 동남권 매매수급지수(79.4)도 80 선이 무너졌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선으로, 그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집값 고점론'과 금리 상승 영향으로 시장에서 매수 수요는 증발했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매수 문의자들은 고자세다. 임 씨는 "요새는 급매물이라도 그 가격을 그대로 내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1~2억 원씩 더 깎으려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은 굳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틴다. 급매물까지 내놓는 집주인들은 결국 빚에 몰린 경우가 많아 그 약점을 찌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깎아달라는 매수 문의자들의 요구에 분통을 터뜨리는 집주인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가격에라도 파는 게 낫다고 권한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더 뛰는 건 예정된 일"이라며 "원리금 상환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예상보다 싼값에라도 빨리 파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황 씨의 경우는 1억 원만 더 깎는 선에서 매수 문의자와 타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지금은 매수 문의자가 있는 게 더 신기하다"며 "빚이 많은 집주인들은 지금 가격에라도 팔고 넘기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집값이 고점 대비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현재 가격이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5년 전에 비해 2배 수준이다. 서울 신천동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전용 84㎡는 2017년 3월 8억7000만 원에 매매됐는데, 지난 23일 실거래가는 14억 원이다.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82㎡ 최근 실거래가는 12억8000만 원(2022년 8월)으로, 2017년 1월(5억8088만 원)의 2배가 넘는다. 

김 대표는 "집값 하락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집값은 고점 대비 최대 40% 폭락할 것이다.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올 경우 반토막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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