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특별기획-마약에 빠진 탈북민⑤] "'탈북민, '무인도'같은 삶에 지쳐 마약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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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마약에 빠진 탈북민⑤] "'탈북민, '무인도'같은 삶에 지쳐 마약에 빠져든다"

송창섭
기사승인 : 2022-11-17 15:10:02
[인터뷰] 탈북민 출신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향수병·남한 내 생활고로 탈북민 마약 관심 늘어나는 듯"
2006년 중국 접경지 취재 중 북한 마약 거래 처음 목격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의 삶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고향은 북한이다. 1974년 자강도 희천시 출생으로, 1993년 10월 북한을 탈출해 이듬해 9월 남한에 들어왔다.

북에선 청년동맹 산하 평안남도속도전청년돌격대 소속 군인이었다. 남한에 오기까지는 중국, 베트남, 홍콩 등지에서 길고 긴 탈출과정을 거쳤다. 당시만해도 우리 정부가 사회주의권 국가 외교공관에 북한주민이 망명을 요청해 올 경우 북한 내 지위에 따라 '선별적으로 수용'하던 때였다. 이러한 선별적 수용은 김대중 정부 들어서 '전면 수용'으로 바뀌었다.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이 9월29일 서울 여의도 UPI뉴스 사무실에서 탈북민 정책과 관련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지치고 힘든 과정을 거쳐 남한에 왔지만 자본주의 생활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막노동판 근로자, 신문 배달부, 골프 연습장 보조원 등 고된 일을 전전했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향수병이 생겨 '탈남'을 꿈꿀 정도로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첫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비서관

고심 끝에 그는 대학 진학을 결심하고 연세대(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서울 주요 대학들 재외국민특별전형에 북한이주민을 포함하고 있어 입학은 쉬웠다. 문제는 수업.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2001년 졸업 후 삶은 달랐다. 탄탄대로를 달렸다. 탈북민으로는 처음 국회의원 비서관도 지냈고, 민간기업(대성그룹)에서도 근무했다. 결혼도 했고, 자녀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해외 유명대학에 입학했다.

지금은 남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조차 부러워할 정도로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탈북 직후 2~3년 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탈북민 상당수가 마약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고 했다.

"자유 찾아 대한민국에 왔다고는 하지만 부모형제가 보고 싶다고 만날 수 있나. 그렇기에 북한이주민들에게 초기 남한 생활은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것과 다름 없다." 김 소장은 "혈혈단신으로 남한에 들어온 탈북민들이 겪는 외로움은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 2019년 5월 중국쪽에서 바라본 북한 수풍댐.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제공]

인터뷰 내내 그는 북한을 떠나 남한에 들어온 이들을 '북한이주주민'이라고 칭했다. 김 소장은 "보통 남한에서 북한이주민을 '탈북자'라고 부르는데 이는 실제와 다르다. 북한을 벗어날 때 아무 도움 없이 자율적 의지로 탈출했다면 몰라도 타율에 의해 고향을 떠났다면 이주의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이주주민 99% 이상이 남한에 연고자가 있고, 남한으로 오는 전 과정에 전문브로커의 도움을 받았기에 '이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남한에서 자녀교육 목적으로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주거지를 옮길 경우를 이민, 이주라고 부르듯,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남한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도 이주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마약 교육 늘리되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김 소장이 탈북하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 내 마약은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함흥화학공장에서 의료용으로 마취제가 생산된다는 소문 정도만 들었을 뿐이다. 그러던 그는 2006년 9월 북한 내 실상을 파악하고자 북·중 접경지대를 둘러보던 중 우연하게 마약 밀거래 장면을 목격했다.

"압록강 시발점인 중국 창바이(長白)에 있을 때였어요. 건너편 함경남도 혜산 쪽 북한 병사 중 한 명이 갑자기 무기를 동료에게 맡기고 옷을 벗은 채 중국 쪽으로 건너와 조선족 주민이 건네는 아이스크림을 받아가는 게 아니겠어요. 낮에도 저렇게 아무 어려움 없이 양쪽을 오간다면, 분명 밤에는 밀무역이 성행할 거라고 봤죠. 아니나 다를까 당일 밤 같은 장소에 가보니 배를 타고 북한사람이 중국으로 넘어오더군요. 따라가 파는 물건이 뭐냐고 물었지요. 그때 '빙두'(氷豆·필로폰)를 처음 봤습니다."

▲ 2019년 5월 북한 자강도 만포시 운봉지구 모습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제공]

당시 현장에서의 목격담을 기록해 그는 모 종합월간지에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마약상' 제목으로 글을 기고했다. 글의 부제는 '돈 되는 물건은 마약뿐, 구매자는 한국인…국가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하나'였다. 그는 글을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원래는 압록강 하류인 단둥까지 돌아보고자 했지만 문득 빨리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중략) 북한산 마약이 국경을 넘고 중국 전역을 흘러 다니는 현실에서, 한국 역시 안전지대일 수 없음을 한시라도 빨리 전하고 싶어서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 소장은 "북한이주민 수감자 중 마약 관련 비율이 많은 건 북한에서 이미 경험했거나, 남한에서의 힘든 삶이 이유이다. 따라서 남한 입국 전부터 입국 후 정착교육 전 과정에 남한 사회에서 마약 복용 시 초래될 책임의 엄중함을 반복적이고 강력하게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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