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단독] 길거리에서 대마 파는 나라인데…학교 마약예방교육은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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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길거리에서 대마 파는 나라인데…학교 마약예방교육은 '2시간'

조채원
기사승인 : 2022-11-30 13:44:41
동남아 3개국 재외한국학교 중 교육부 지침 따르는 곳 한 군데
현 교육부 지침 마약예방교육 10시간…현지 교민들 불안감 커
안철수 의원 "청소년 교육, 마약 스스로 멀리하는 데 중점 둬야"
동남아산 마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정작 현지 한국학교에서는 관련 예방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가의 경우 청소년들이 마약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인만큼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실이 30일 교육부에서 받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재외한국학교 마약 예방 교육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 지침인 연간 10시간을 충족하는 학교는 베트남 하노이 한국학교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재외 한국학교에서의 약물 오남용 예방과 마약 예방교육 실시 현황. [안철수 의원실 제공]

최근 대마 합법화로 논란이 불거진 태국 방콕의 한국학교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마약 예방 교육시간은 각 2시간이었다. 베트남 경제도시 호치민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1시간만 이뤄졌다.

교육부 인가를 받은 재외 한국학교는 교육부 지침을 따라야 한다. 현재 교육부령인 학교안전사고 예방·보상법 시행규칙(학교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초·중·고생 대상 마약류 포함 약물 및 사이버중독 예방교육은 학기당 2회 이상, 1년에 10시간 실시돼야 한다. 소재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부 변경해 편성·운영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범위는 20% 내외로 규정돼있다. 최소 8시간 이상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하노이 한 곳을 제외하고는 총 3~4시간 뿐이다.

지나는 관광객에 버젓이 마약류 권하는 동남아  

지난 11월2일 베트남 호치민 여행자 거리 부이비엔에선 외국인들을 상대로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이들 입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는 '풍선'을 뜻하는 영어 단어 '벌룬(Balloon)'이다. 일부 현지민은 관광객들에게 풍선 부는 시늉을 하며 가게나 클럽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 11월1일 베트남 호치민 부이비엔의 모 야외 술집에서 사람들이 해피벌룬을 하고 있다. '웃음 가스'로 불리는, 유사 마약류다. [조채원 기자]

직원들이 권한 건 유사 마약류로 분류되는 해피벌룬이다. 가격은 10만 동으로 우리 돈 5000원 수준이다. 해피벌룬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웃음이 터져나온다고 해 '웃음 가스'라고도 불린다. 

풍선에 담긴 아산화질소를 지속적으로 들이마시면 행복감을 주는 환각 반응이 일어난다. 아산화질소가 혈액에 녹아들면 혈액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도를 낮추게 되는데 흡입자들은 뇌가 산소가 부족하다고 보내는 그 순간을 '기분 좋은 상태'로 느낀다. 

아산화질소를 오남용할 경우 두통, 메스꺼움, 흉부 통증, 신경계 손상, 마비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흡입이 금지됐지만 일부 동남아 국가에선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은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해피벌룬을 흡입한 것이 발각되면 처벌받는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대마는 '마약류'로 분류돼 더 강한 처벌을 받는다. 

호치민에 거주하는 교민 A씨는 "여행자거리에 가면 전부 하고 있다. 해피벌룬 가스(아산화질소)를 배송해주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키우는 교민 B씨는 "아이들이 시내에 놀러나간다고 하면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다. 환경적으로 분명히 유혹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11월2일 방콕 수쿰빗 거리의 대마초 노점상. [서창완 기자]

대마 재배와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한 태국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관광객이나 교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대마 혹은 대마 성분이 포함된 음료수, 화장품, 차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한·태상공회의소 김종민 회장은 "대마 합법화 조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에 걸쳐 있는 메콩강은 동남아 마약 생산의 거점이다. 국내 불법으로 유통되는 상당수 마약류가 여기서 생산된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이 4개 국가에서 국내로 들어오다 적발된 마약량은 태국 48.513kg, 라오스 44.617kg, 베트남 17.101kg, 캄보디아 6.511kg로 집계됐다. 네 국가 모두 전체 29개국 중 10위권 안에 속한다.

마약류 쉽게 접하는데 고작 가정통신문으로 예방?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은 길거리에서 마약류 혹은 유사 마약류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나라다. 예방 교육이 절실한데 실제 현장 상황은 다르다. 안철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들을 살펴보면 재외한국학교에서 진행되는 관련 교육은 대부분 마약의 폐해나 인체에 끼치는 영향, 마약 관련법을 위반했을 경우 받는 처벌을 글로 서술한 보건소식지나 가정통신문 형태다.

영상자료의 경우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는 7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실제로 어떻게 마약에 빠지게 되는지, 마약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마약중독상담사 최진묵 마약류중독재활센터장은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수동적인 예방 교육은 효과가 크지 않다"며 "일부 마약류나 유사마약류가 합법화된 미국·영국 등에서는 예방 교육을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확대해 참여형,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교민과 청소년 등이 처한 환경에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안철수 의원은 "처벌을 강조하기보다는 마약의 해악을 정확하게 알려 마약을 스스로 멀리하는 판단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급별 교육시간, 내용 및 방법, 효과성 등을 진단하고, 예방교육 담당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과정 개설․운영 및 외부 전문강사(마퇴본부 등) 활용 확대 등을 통해 교육의 효과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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