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IMF의 변신, 이제 인간을 바라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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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IMF의 변신, 이제 인간을 바라보나

UPI뉴스
기사승인 : 2023-04-21 11:05:51
달라진 2023년 춘계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회의
여러 대전환기 정책과제 다루며 지평 과감히 넓혀
숫자와 모델 중심 도그마에서 탈피하는 변신 노력
인간의 삶 들여다보는데 인색했던 과거 모습 벗나
최근 벚꽃 활짝 핀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2023년 춘계회의가 열렸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아름답고 눈부신 성과를 보여줬다고 평하기는 어렵겠지만 제법 의미 있는 논의들이 있었다.

전형적인 거시경제 정책만이 아니라 팬데믹 이후 인류가 직면한 대전환기의 정책과제들이 다수 포함됐다. IMF 주특기인 거시경제 분야에만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지평을 넓혀 변화를 모색하는 개척자의 모습이었다.

이번 회의 의제는 중동지역의 저탄소 미래와 디지털 전환, 여성의 경제력 향상을 위한 법적 과제와 여성 기업가 육성, 인공지능 딜레마, 암호자산의 미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교육과 인적자본 투자, 디지털 격차 해소, 보건정책, 사회안전과 금융포용,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등 대전환기 글로벌 정책 이슈를 망라했다.

인간을 중시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며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문제와 위기를 열거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도 감지된다. 

돌이켜 보면 1944년 창설된 이후 IMF는 주로 기술적이고 비정치적인 거시경제분석과 정책 처방에 주력했다. 그래서 경제를 마치 기계처럼 다룬다는 평가마저 받았던 터였다.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를 강타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가 취했던 혹독한 처방을 반추해 보면 실감나는 평가다. 당시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고강도 긴축프로그램을 가차없이 집행했고 그 과정에서 이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거시경제 프레임워크(정책 판단과 결정의 틀)를 강조하며 그 안에서 실제 숨쉬는 인간을 들여다보는 데는 인색했다. 계량적 목표 달성을 기계적으로 추구하는 테크노크라트의 전형이었다.
 
그러던 IMF가 기후변화, 여성의 권리, 보건과 같은 이슈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과거 수십 년을 지배해 왔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철학에 대한 반작용의 도도한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일까. 시장의 본질은 추상적인 숫자와 계량적인 모델이 아니며 인간과 사회가 체화된 것임을 IMF 이제는 인식하게 된 것일까.

이번 2023년 춘계회의는 IMF의 변신이 본격화했음을 말해주는 신호탄일지 모른다. 국제기구라는 우월적 지위를 누리며 기술적 거시경제 프레임워크에 갇혀 있던 과거 모습에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오랜기간 IMF를 지칭하던 '구조조정의 대명사', '저승사자' 등과 같은 별명은 조만간 사라질지 모르겠다. 팬데믹 이후 세상의 관점과 철학은 달라졌고, 대전환기 흐름에 IMF도 예외일 수 없음을 이번 회의가 보여주는 듯하다.

무엇보다 숫자와 모델로 표현되는 경직적인 도그마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인간을 바라보며 중시하는 변신을 도모하려는 의지가 이번 회의에서 읽힌다. 이는 지금의 대전환기에 국제기구가 추구해야 할 책무와도 부합하는 대목이다. 국제기구도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 진화해야 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한국의 높아진 경제 위상과 국력에 걸맞게 그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었다.

국내 정책 또한 글로벌 흐름에서 피드백을 얻고 다시 피드백을 주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전하고 진화한다. 한국의 국제 위상으로 볼 때 글로벌 이슈를 단순히 따라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젠 선도하는 역할이 요구되고, 그러한 역할이 국익에도 부합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전환기 글로벌 변화 흐름을 통찰력 있게 직시하며 정책의 업그레이드로 연결시키는 역량을 발휘할 때다. 벚꽃과 함께 한 2023년 IMF춘계회의가 나라 안팎으로 대전환기에 적합한 정책을 활짝 꽃피우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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