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단독] 작년 과로사 산재 인정 222명…79%가 주 52시간 넘게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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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작년 과로사 산재 인정 222명…79%가 주 52시간 넘게 일해

서창완
기사승인 : 2023-04-26 14:14:51
근로복지공단 과로사 신청 603명 업무시간 자료 분석
지난해 주 52시간 초과 근무 산재 신청 근로자 175명
"한 달 고된 사람, 지난 3개월 동안에도 매우 고됐다"
노동부 고시 "업무시간 길어지면 심혈관질병 위험 ↑"
육가공 일을 하며 아침, 저녁으로 회사 통근 차량도 몰았던 A 씨. 강도 높은 근무 탓에 결국 1년 만에 과로사했다. 그가 숨지기 전 12주 동안 일한 시간은 877시간 24분. 주당 73시간 7분이었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가 작성한 업무상질병판정서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A 씨 근무기록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점심 1시간과 오후 30분이 하루 중 쉴 수 있는 전부였다.

선박 용접 조립원으로 일했던 B 씨는 입사 1년 4개월만에 작업장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9시간씩 주당 6일 정도 근무했다. 사망 전 12주 동안 주당 57시간 12분이었다.  

두 사람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을 받았다. 발병 전 12주 동안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점과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라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 민주노총이 지난 3월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과로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과로사로 산업재해(산재)를 신청한 근로자 603명 중 222명이 근로복지공단에서 1회차 심사 당시 산재 승인을 받았다. 이 중 79%인 175명이 발병 전 12주 동안 주 평균 52시간(현행법상 최대치) 넘게 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8명꼴이다. UPI뉴스가 27일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받은 '2022년 뇌심혈관계질병 사망(과로사) 개인별 주당 근로시간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뇌심혈관계질병은 통상 발병 직후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행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과로사(뇌심혈관 질병 등) 인정 기준은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 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다. 고시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늘어난다'고 적시하고 있다.

업무 강도도 고려된다.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 시간이 주 52시간보다 적더라도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있다면 과로사로 인정된다. 222명 중 47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222명이 통과한 1회차 심사는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직권으로 산재를 판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탈락한 경우라도 이의 제기를 통해 추후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 과로사로 인정받는 사례가 222명보다 더 많은 셈이다. 그런 만큼 법정 최고 근로시간을 늘리는 근로제 개편안이 추진되면 과로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2022년 뇌심혈관계질병 사망(과로사) 산재현황. [근로복지공단 제공]

고용부는 지난달 6일 '일이 몰리면 집중해 일을 하고 쉴 때는 몰아서 쉬자'는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제도 개편 취지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뇌심혈관계질병 사망(과로사) 개인별 주당 근로시간 기록'에 따르면, 발병 전 12주간과 4주간 각각 주당 52시간 넘게 일한 근로자는 202명으로 조사됐다. 이중 한 근로자의 발병 전 12주간과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각각 99시간 4분과 108시간 15분이었다. 두 기간 업무시간 차는 9시간 11분으로, 202명 중 1위였다. 20위는 3시간 55분 차였다. 이렇게 202명의 평균 업무시간 차의 평균치를 내보니 3시간 36분에 불과했다.       

정부 취지대로 1개월간은 강도 높게, 나머지 시간은 쉬는 형태로 일했다면 두 지표 차이는 커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 장기든 단기든 모두 과로와 격무에 시달린 것이다. 정부가 좋은 취지로 근로제를 개편하더라도 작업장에선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과로사 신청자 603명 중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길었던 20명 기록표. [근로복지공단 제공]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 52시간제는 상한 캡을 씌워 그 이상은 일을 못 하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도로 도입된 제도"라며 "주 60시간, 주 69시간으로 허용치를 늘려버리면 그게 새로운 노동 시간 기준치로 현장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근로시간 개편 방향은 주 12시간으로 제한된 현행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다. 노동계 등에선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며 반발이 확산된 바 있다.  

고용부는 여론 수렴 차원에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결정할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선 상태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60시간 이상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희박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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