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시각장애인 동행 취재] "지하철 화장실? 입구 찾기부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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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동행 취재] "지하철 화장실? 입구 찾기부터 어렵다"

김명주
기사승인 : 2024-04-17 15:37:03
[장애인의 날 기획 ①] 중증 박 씨의 지하철 화장실 이용 후기
"평소 낯선 지하철 대신 복지관, 직장 등 익숙한 화장실 이용"
화장실 찾다 자판기에 부딪힐 뻔…"세면대 찾기도 힘들어"
"양변기 위치 등 상세 정보 알려주는 음성 안내 생기길"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현실에서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쉽게 가는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KPI뉴스는 시각장애인의 화장실 접근권 실태를 2회 보도한다. 1회는 시각장애인의 지하철 화장실 이용 후기를, 2회는 서울 지하철 역사 20곳 비장애인 화장실 입구의 점자블록·점자표지판 설치 현황을 다룬다.

"이용한 적 없는 지하철역 화장실은 입구 찾기가 쉽지 않아요."

16일 오후 5시 수도권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8년째 안마사로 일하는 중증(1급) 시각장애인 박 씨(46세)가 활동지원사의 팔꿈치를 손으로 살짝 잡고 비장애인 화장실로 향했다. 대다수 시각장애인은 장애인 화장실의 넓은 공간이 낯설어 안전상 비장애인 화장실을 쓴다.

직장이 근처인 박 씨는 퇴근길에는 항상 가산디지털단지역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사 내 화장실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익숙지 않은 화장실은 잘 안 가는 편"이라며 "집, 회사, 복지관 등 적응된 곳에서 볼일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그와 열흘을 함께한 활동지원사도 "(가산디지털단지역) 지하철 화장실을 가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내 4번출구 방향 화장실 입구. 점자블록이 점자표지판 바로 아래 바닥이 아닌 대각선으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설치돼 있다. 입구 안쪽으로 점자블록이 이어지지 않아 남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길을 인식하기 어렵다. [김명주 기자]

 

기자는 박 씨와 퇴근길을 동행하면서 그가 지하철역 화장실을 잘 이용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화장실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화장실 입구 근처로 활동지원사가 인도하자 박 씨는 지원사의 팔꿈치에서 손을 떼고 가방에서 흰색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지팡이를 짚고 점자블록을 따라 걷던 박 씨는 점형블록(우선 멈춤을 뜻하는 점자블록) 위에 멈춰 섰다. 이윽고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표지판을 찾기 위해 벽을 향해 손을 더듬었으나 허공에 대고 손짓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점자표지판이 점자블록과 대각선으로 떨어진 벽에 부착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점자표지판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표지판은 점자블록 바로 앞에 설치돼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 수도권 지하철 2호선 역삼역 내 여자 화장실 입구 근처에 설치된 점자 안내판. 점자 촉지도, 촉지판이라고도 불린다. [김명주 기자]

 

누군가에게는 편리한 서비스가 시각장애인에게는 화장실 이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거기 아니에요. 오른쪽으로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박 씨를 멀찍이서 바라보던 활동지원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화장실 입구 안쪽으로 점자블록이 이어지지 않은 탓에 박 씨가 남자 화장실로 가는 길목 왼쪽에 놓인 위생용품 자판기에 몸을 부딪칠 뻔한 것이다.

 

10분 가까이 지났을 무렵 화장실을 나오던 박 씨가 "헤맸어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들어가서도 첩첩난관이었다고 했다. 박 씨는 "세면대, 수도꼭지, 비누 등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소변기, 양변기 위치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박 씨가 다음으로 찾은 수도권 지하철 2호선 대림역 화장실에는 가산디지털단지역과 달리 점자안내도가 화장실 입구에 부착돼 있었다. 촉지판이라고도 불리는 이 안내도는 시각장애인에게 세면대 등 화장실 위치 등 공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점자와 선 등을 양각해 만든 안내도다.

그러나 박 씨에게 점자안내도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현 위치부터 찾아야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기 어렵다"며 "촉지도를 만져 머릿속에 가상의 화장실 지도를 그린다고 해도 실제 들어갔을 때 상황과 쉽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 서울교통공사 앱 '또타지하철'의 지하철 화장실 위치 안내 페이지. [또타지하철 캡처]

 

역사 내에는 남녀 화장실이 오른쪽에 있는지, 왼쪽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다. 시각장애인이 음성유도기 근처에서 리모컨을 누르면 현 위치 등을 알려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다만 박 씨는 "모든 역에 음성유도기가 있지는 않다"며 "(리모컨을) 소지 못할 경우에는 정보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변기, 소변기 위치 등 화장실 상세 정보를 알려주지는 않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6월 공개한 '지하철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 설치 위치 정보'를 살펴보면 2호선 신촌·선릉·성수역에는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현재 275개 역사 중 240개 역사에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차라리 화장실 이용에 관해 설명해 주는 음성 안내 버튼이 화장실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며 "지하철 앱에 화장실 상세 정보를 안내해 주는 기능도 추가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서울교통공사 앱 '또타지하철'은 이용자 위치에 기반해 화장실 정보를 텍스트로 안내하고 있으나 음성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을 통해 앱의 텍스트 정보를 인식할 수는 있다. 다만 앱에서 제공하는 정보 역시 남녀 화장실 위치에 그치는 수준이다. 양변기, 소변기 위치 등을 알려주는 상세 정보는 없다.

박 씨는 "시각장애인들은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으면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하기 힘들다"며 "접근성을 고려한 표시와 설계가 이뤄져야 쉽게 화장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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