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전세계 중앙은행 금리인상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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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중앙은행 금리인상 숨고르기

손지혜 기자
기사승인 : 2019-01-27 11:06:22
우울한 경기전망에 금리인상 속도 늦춰
정책여력 확보 못해 경기하강 대응 '실탄'부족

작년 경기회복세에 통화정책 정상화 시동을 걸었던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나빠지는 경기 전망에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금리인상을 주도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미 올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고 다른 선진국과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더 분명하게 긴축 기조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작년 12월 연준은 연간 4번째로 연방기금 금리를 올리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예상을 정리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인상 횟수를 기존(3차례)보다 적은 2차례로 제시했다.

 

이후 올해 우울한 경기 전망이 급격히 확산하고 시장이 얼어붙자 수장들이 직접 입을 열어 상황을 지켜보며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중순 미국의 경제 지표가 탄탄하다고 재확인하면서도 "인내하면서 끈기 있고 주의 깊게 지켜볼 수 있다"며 관망 기조를 강조했다.

 

▲ 금리인상을 주도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등 전세계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뉴시스]

 

시장의 관측도 급격하게 바뀌었다.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를 네 차례로 전망했던 미국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은 예상 횟수는 두 차례로 줄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연준이 금리 인상 자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유자산 축소를 조기에 종료함으로써 애초 예상보다 큰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보다 경기 둔화세가 더 뚜렷하거나 전망이 어두운 지역의 중앙은행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신호가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작년으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했지만, 제로 금리는 최소한 올해 여름까지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ECB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24일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성장 전망에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포함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드라기는 그 보다 앞서 한 유럽의회 연설에서도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약하다"며 "역내 물가 부양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부양적인 통화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JP모건은 ECB의 첫 금리 인상 시기 전망을 9월에서 12월로 늦추면서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의 3번이 아닌 2번으로 낮춰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0.1%, 국채 10년물 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기존 1.4%에서 0.9%로, 2020년도는 1.5%에서 1.4%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들의 속도 조절에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숨 고를 시간을 벌었다. 지난해 연준 금리 인상 기조에 극심한 통화 불안을 겪었던 신흥국들의 상황이 급변한 셈이다.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16∼17일 나란히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나이지리아도 22일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고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같은 날 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실탄' 떨어진 통화정책

이런 흐름에 대해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큰 흐름이 꺾였다거나 반대로 간다고 볼 때는 아니다"라면서도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기대와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여지를 두고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이어 "가장 좋은 상황은 경기가 좋아지면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인데 지금은 경기가 썩 좋지 않고 저금리를 계속 가져가기도 어려워 통화정책에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도 전에 경기 우려가 급격히 확산하자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기하강 국면에 대응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경제위기가 발생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호황이 시작하기도 전에 끝날 위기에 처하면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제대로 올리지 못한 채 속도를 조절하거나 인상을 멈추고 관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선진국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이 둔화하면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통화 총알을 비축할 기회가 닫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톰 올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둔화, ECB·일본은행의 정상화 지연 전망은 다음번 경기하강이 닥쳤을 때 중앙은행들이 이에 맞설 탄약이 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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