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칼럼] 김상조의 '일관성'과 '유연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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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상조의 '일관성'과 '유연성' 사이

류순열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19-07-01 11:17:26

경제는 맘대로 통제할 수 없다. 공산주의 실험이 증명한다. 그들의 계획경제(command economy)는 실패했다. 시장에 맡기는 게 능사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무능했다. 질서와 번영을 가져오기는커녕 탐욕에 가득차 거품을 키우고 터뜨리며 실패를 반복했다.

▲ 류순열 경제 에디터

 

과욕도 방임도 위험하다. 지나치게 끼어들면 시장은 스스로 돌아가는 능력을 잃는다. 내버려두면 탐욕이 쌓여 스스로 무너진다. 정부의 역할은 그 사이 어디쯤에 있어야 한다. 시장이 스스로 돌아가도록 하면서도 지나친 탐욕을 경계해 위기를 막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하고, 정부만이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의 '위치'는 대체 그 사이 어디쯤이어야 하는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0년간 이어졌고, 앞으로도 지속될 논쟁이다. 지난 100년 경제학의 역사는 '케인스 vs 하이에크'의 대결이었다. 학계는 두 거장을 중심으로 갈려 '100년 전쟁'을 펼쳐왔다.

 

둘 모두 영국의 경제학자인데, 경제 철학이 상극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는 '정부의 역할'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는 '시장 자유'를 외쳤다.

 

케인스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새로운 경제 이론으로 '케인스학파'의 물꼬를 텄다. 정부가 재정을 풀고 세금을 깎아 불황으로 말라버린 총수요(aggregate demand)를 살려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는데, '자유방임주의'가 주류였던 당시로선 적잖이 '듣보잡 처방'이었다. "시장실패는 없으며, 그냥 놔두면 장기적으로 시장이 알아서 해결할 것"(균형이론)이라는 '주류'들을 향해 케인스는 "장기적으로 인간은 죽는다"고 받아쳤다.

​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케인시언'(케인스주의자)이다. 케인스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대선 캠프 시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단히 적극적인 케인시언 정책 기조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도 그 뿌리는 케인시언의 정책이다. '포스트 케인스주의'가 1960∼70년대 유럽에서 주창한 '임금 주도 성장'의 변형이다. 그 케인시언의 정책이 요즘 몰매를 맞는 중인데, '소주성 탓'이 과도한 측면은 있다. 차관급 경제관료 출신 A씨는 "반도체 수출량이 늘었음에도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수출이 줄어드는 현실이 소주성과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그는 "고용 현실도 인구변화의 영향이 근본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소주성'의 효과가 미심쩍은 것 또한 사실이다. 소득을 높여주면 소비와 투자,고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였다. 양극화가 해소되기는 커녕 '을(乙)들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재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긴 것"(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이라는 지적은 경청할 만 하다.


김 실장은 임명 직후 '일관성'과 함께 '유연성'을 강조했다. "하이에크의 영향도 똑같이 받았다"면서 "저를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고 했다. "사실이 바뀌면, 마음을 바꾼다"는 케인스의 명언에 빗대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물꼬가 막힌 채 메말라가는 경제 현실, 그의 유연성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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