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금융파생상품 사태는 왜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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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파생상품 사태는 왜 반복되나?

류순열 기자
기사승인 : 2019-08-21 11:23:19

키코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인가. 금융 파생상품이 다시 논란이다. 이번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이 문제다. 8224억 원 어치가 팔렸는데 88%(7239억 원)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투자자 열 중 아홉이 개인 투자자들이다. 투자자들은 "개인에게 독극물을 팔았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서 무수히 반복돼온 일이다.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악순환, 왜 멈추지 않는 것일까.

 

위험한 제로섬 시장

 

금융파생상품이란 미래 일정 시점에 일정한 가격에 상품이나 주식, 채권 등을 거래하기로 하는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면 키코는 환위험 헤지(hedge·회피) 상품이었다. 2005~2008년 은행이 주로 중소기업에 팔았다. 상한,하한을 정해놓고 환율이 이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정환율을 적용하는 대신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이 무효가 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업에서 2∼3배의 콜금액을 회수하는 구조였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투기상품이었는데, 은행들은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환율이 급등하면서 내재했던 위험성이 현실화한 게 키코 사태였다. 견실한 기업마저 환차손으로 도산할 만큼 피해가 막대했다

 

이번에 문제가 터진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DLF와 DLS는 영국과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독일 국채 금리와 연계된 파생상품이다. 금리가 만기까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연 3.5∼4.0%의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이 번에도 해당 주요 해외금리가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서 원금을 날리는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당 상품의 판매 잔액은 8224억 원. 이 중 예상손실액은 절반이 넘는 4558억 원이고, 손실 구간에 진입한 판매 잔액은 7239억 원에 달한다. DLS는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으로 증권사에서 직접 팔았고, 은행에서 DLS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형태로 판 것이 DLF다. 이 번엔 99% 은행에서 펀드 형태, 즉 DLF로 팔렸다. 우리은행이 4012억 원, 하나은행이 3876억 원, 국민은행이 262억 원 어치를 팔았다.

 

▲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의 이유, '탐욕'


금융파생상품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100을 먹으면 다른 누군가는 100을 잃게 돼 있다. 원금을 몽땅 날릴 수도 있다. 그 만큼 위험한 시장인데 그 위험성은 판매 과정에서 희석되거나 심지어 은폐된다. 왜일까. 한마디로 압축하면 시장의 탐욕 때문이다. 시장은 일단 팔고 보는 쪽으로 흘러간다. 예상 수익은 강조되고 내재된 위험은 축소된다. 이른바 불완전 판매다.

 

 이 번에도 불완전 판매의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다. "독일이 망하겠어요?","독일이 망하지 않는한 안전한 상품입니다"…. 독일국채 금리와 연계된 상품을 팔면서 은행 PB들은 투자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지금 독일국채 금리 연계상품은 그 중 최악이다. 독일이 망한 게 아닌데도 판매잔액 1266억 원이 거의 모두 날릴 판이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으로서 독일국채 수요가 늘면서 채권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해당 상품 설계 기준( -0.25%)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은 위험회피 수단"

 

금감원은 이런 상품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대량으로 판매된 것은 문제라고 보고 해당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 판매한 은행, 상품 운용사 등을 합동 검사할 예정이다. 금감원에는 이미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분쟁조정 신청 29건이 접수된 상태다. 금감원은 "현장조사 결과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법률 검토, 판례 및 분쟁조정 사례 등을 참고해 조정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금감원 검사를 통해 불완전 판매 정황이 드러나면 은행들이 배상하는 수순으로 사태가 정리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팔고 보려는 시장의 탐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험은 늘 시장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금융권 고위인사 K씨는 "금융사는 수수료 챙겨야 하니까 열심히 팔아치운 거고 투자자는 좀 더 높은 수익률에 현혹된 것"이라고 말했다.

 

본래 금융 파생상품은 무모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투기 상품으로 고안된 것이 아니다. 리스크를 분산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투자자들은 현혹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원금 손실로 투자자들이 분통터뜨리는 시간에 어디선가 다른 누군가는 웃고 있을 것이다. 금융파생상품은 제로섬 시장이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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