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쿠팡의 어울리지 않는 '약자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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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어울리지 않는 '약자 코스프레'

김기성
기사승인 : 2024-01-08 14:53:38
수수료율 두고 정정 보도, 법적 조치 예고 등 날 선 반응
유통업계 1위로 등극하고도 '재벌 대 쿠팡' 논리 내세워
중국업체의 진격·대형마트 규제 철폐 가능성에 대비해야

세상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면 선망과 함께 질시가 쏟아지고 감시의 눈초리가 드세지기 마련이다. 성장세를 유지하고 1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 요건이다. 

 

쿠팡 얘기다. 쿠팡은 등장 초기만 해도 99%가 실패를 장담할 만큼 전망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무모하리만치 과감한 투자와 고객 중심의 서비스 개발로 이제는 이커머스 업계 1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에 이르렀다. 물론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 쿠팡에게는 천운(天運)으로 작용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쿠팡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 지적에 대해 법적 대응이라는 날 선 반응을 내놓거나, 이미 재벌보다도 더 커진 덩치에도 불구하고 '재벌 대 쿠팡'의 논리를 내세우며 약자 코스프레를 방어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 서울 잠실 쿠팡 본사 [뉴시스]

 

쿠팡, 수수료율 문제로 날 선 반응

 

이번에는 쿠팡의 수수료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한 매체는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가 최대 45%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중소 냉동식품의 사례를 들어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올리는 대가로 제공하는 수수료가 전년 대비 10%포인트 올라 판매가의 45%까지 높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가 나오자 쿠팡은 발끈했다. 수수료 45%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면서 쿠팡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인 10.9%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정보도 청구는 물론이고 법적 조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반발했다.

 

명목 수수료율과 부대비용 포함된 실질 수수료율의 차이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45%나 10.9%, 모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쿠팡이 말하는 10.9%는 계약서상에 명시된 명목 수수료율을 말하는 것으로 보여 입점업체가 체감하는 수수료율과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45%라는 수수료율은 쿠팡과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판매촉진비와 물품보관료, 배송비와 같은 부대비용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말 공정위가 발표한 것을 보면 쿠팡의 직매입 상품에 대한 실질 수수료율은 27.5%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면 직매입보다 수수료가 낮은 오픈마켓의 수수료율이 45%에 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미 재벌을 뛰어넘은 몸집에도 '재벌 대 쿠팡' 논리에 집착

 

쿠팡이 법적 조치까지 예고했으니 누구 말이 맞는지는 앞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 대한 쿠팡의 반발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재벌유통사의 쿠팡에 대한 공격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한 부분이다. 

 

쿠팡의 작년 3분기 매출은 8조 원을 넘었고, 2023년 전체로는 약 30조 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1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 최강자 이마트도 이미 추월한 수준이다. 이 정도 덩치라면 굳이 '재벌 대 비 재벌'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작년 이후 기존 재벌유통사들의 폐해와 관련된 잡음들(납품업체 갑질·배달 노동자 처우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쿠팡은 과거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사업을 확장하던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 억울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대응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수수료 논란도 실질 수수료에 대한 세세한 사항을 공개하는 것이 우선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쿠팡,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략·대형마트 규제 철폐 가능성 등 과제 산적

 

쿠팡에 대한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가져온 유통구조의 혁신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앞을 내다본 과감한 투자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를 정확하게 꿰뚫은 영업전략은 칭찬받을 만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잘나갈 때, 쿠팡이 되새겨야 할 말은 "부자 몸조심"이다. 쿠팡의 입장에서는 유통업계의 1위로 치고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유통 환경은 시쳇말로 '지뢰밭'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로 대표되는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의 공략은 앞을 예단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가격을 비교하면 '0'이 하나 빠졌다는(10분의 1 가격) 반응이 나오면서 중국업체를 얕잡아보던 많은 소비자가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로 몰려가고 있다.

 

또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 정책이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일 뿐 아니라 전통시장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힘을 더해가고 있다. 앞으로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만약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풀린다면 쿠팡에게 어떤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쿠팡이 지금의 성장세를 지키기 위해서는 비판에 대한 날 선 반응이 아니라 유통업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쿠팡이 내세우는 '빠른 배송'에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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