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홍명보 파문, 정몽규 회장은 침묵할 자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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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홍명보 파문, 정몽규 회장은 침묵할 자유가 없다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4-07-16 16:22:34
군사 작전하듯 전격적으로 洪 감독 선임 밀어붙여
축구인들 반발에도, 들끓는 여론에도 귀 닫은 모습
洪 파문 거치며 바닥으로 치닫는 축구협회 신뢰도
축구협회, 신뢰 회복 노력 필요…鄭 회장 직접 나서야

대한축구협회는 토요일이던 지난 13일 홍명보 전 울산 HD 감독을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공식 선임했다고 밝혔다. 내정 발표 6일 만에, 이사회 소집 없이 서면 결의로 선임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것이었다. 이틀 후 홍 감독은 취임 기자 회견 없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내정부터 선임까지 축구협회 행보는 군사 작전을 전개하듯 전격적이었다. 5개월 동안 감독 최종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월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선임 발표는 상식을 무시한 파행적 인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던 시기에 이뤄졌다. 선임을 몰랐다는 박주호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의 내부 폭로, 전 국가대표 이천수‧이영표의 비판에 이어 12일에는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디렉터는 "절차대로 밟아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다"며 홍 감독 결단을 촉구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 거취 관련 질문에는 "회장이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며 퇴진을 압박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도 같은 날 "역대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축구협회를 본 적이 없다"며 정 회장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1일에도 "정 회장이 4선 연임을 위해 축구인을 들러리로 세우거나 소모품으로 활용하고 폐기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홍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 축구인들의 반발에도, 들끓는 여론에도 귀를 닫은 모습이다. 문제를 제기한 박 위원에게 '법적 대응 검토'를 운운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멋대로 한다고 해서 사안이 덮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 시민단체는 지난 15일 정 회장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 운영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분노하는 여론이 그대로다. 그 밑바탕에는 이번 사안만이 아니라 그간 쌓인 축구협회 관련 문제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놓여 있다.

축구협회 행정의 난맥상은 범현대가라는 특정 재벌 집안 출신의 협회장 장기 집권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2013년 취임한 정 회장이 4선 연임을 추진하며 축구협회 개혁은 더 요원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축구협회의 난맥상은 한국 축구의 위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난 1년여만 돌아봐도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시도, 불투명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 논란과 경질, 아시안컵 졸전과 대표팀 내분 사태,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등 되풀이돼선 안 될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홍 감독 선임 파문은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렇지 않아도 크게 추락한 축구협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이번 파문을 거치며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디렉터는 "축구협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심어줄지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축구협회가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홍명보 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여론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박 위원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방침 철회와 사과도 필요하다.

여기에 직접 나서고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사람은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축구협회장은 침묵할 자유가 없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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