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스크시각] 솔리다임 상장 제동…'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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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솔리다임 상장 제동…'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첫발

안재성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6-10-23 17:20:40
주주 반발·당국 견제 속 중복상장 검토 중단
'5단 중복상장'…기업가치 희석, 주주들 손해
韓 자본시장사 전환점 '주주충실의무' 강화
그룹 자금조달에도 일반주주 이익 따져야

SK하이닉스가 해외 종속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검토를 중단했다.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중복상장 논란과 주주들의 반발, 금융당국의 주주 보호 요구가 이어지던 시점에 나온 결정이다.

 

한 기업의 자금조달 계획 변경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기업의 성장 전략이라는 명분에 밀리던 일반주주의 권익이 경영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시장에 남길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한국 증시에선 핵심 사업을 떼어 상장하거나 계열사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소외된다는 논란이 반복됐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할·상장,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분할·상장, 카카오 주요 계열사의 잇따른 상장이 대표적이다.

 

사업을 분리하고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이익과 부담의 배분이다. 모회사에 투자한 주주가 성장의 결실에서 멀어지고,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일반주주에게 가치 희석의 부담을 지우는 구조라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기업들은 그룹의 성장과 자금조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왜 그 방식이 전체 주주에게 최선인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물적분할 소식마다 "역시 K-증시"라며 한숨을 쉰 이유다.

 

회사가 돈을 잘 벌어도 그 결실이 자신에게 공평하게 돌아오리라 믿기 어렵다면 투자자는 주식 매수를 주저한다. 이런 불신이 주가를 누른다. 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배경이다.

 

솔리다임 상장 논란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진다. 이미 국내에 상장된 세 회사 아래에서 솔리다임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중복상장 구조는 한층 복잡해진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9%를 보유하고 있다. SK㈜는 SK스퀘어 지분 32.2%를,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0%를 소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0%대(3620주)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기업가치 중 솔리다임의 비중을 12.9%로 추산했다. 별도 상장으로 모회사에 대한 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규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비용은 일반 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수익은 최 회장 지분이 큰 그룹사들이 나눠가지는 구조"라며 "순전히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독립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솔리다임 상장으로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100조 원가량 증발할 것"이라고 했다. 

 

솔리다임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은 필요하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생산시설 확충과 투자 부담 경감을 상장 검토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 필요성이 곧 별도 상장의 타당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다른 조달 방법보다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지, 지분 희석과 모회사 할인 우려를 어떻게 줄일지 이사회가 검증해야 한다.

 

그 책임을 강화한 것이 지난해 7월 개정된 상법이다. 개정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명시했다. 올해 8월 시행된 중복상장 관련 규정과 가이드라인은 이런 원칙을 구체화했다. 금융당국도 솔리다임의 해외 상장이 중복상장 규율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한다고 국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책임을 건너뛸 수는 없다는 의미다.

 

상법 개정이 이번 중단을 직접 이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SK하이닉스는 규제 강화가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며 시장 상황과 주주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달라진 경영 환경을 보여준다. 이제 기업은 그룹의 자금조달 필요성뿐 아니라 그 선택이 일반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솔리다임 상장 검토 중단의 자본시장사적 의미도 여기에 있다. 이사회가 '총수의 거수기'에서 벗어나 전체 주주의 이익을 지키는 역할을 하도록 요구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사회의 독립성은 사외이사 숫자보다 이해상충이 발생했을 때 누구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에서 드러난다.

 

한 번의 상장 중단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끝나지는 않는다. 이번 결정이 전환점으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이사회들이 증명해야 한다. 총수와 그룹의 필요를 앞세우던 관행에서 벗어나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지키는 것.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출발점이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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