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하면 국제소송"…3년 전 우려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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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하면 국제소송"…3년 전 우려 현실로?

박철응 기자
기사승인 : 2026-01-23 16:31:04
공정위, 미국 국적 김범석 동일인 지정 검토 중
美 투자자 제소 의향, 통상 분쟁 비화 가능성
3년 전 공정위원장 "주가하락 이유 국제소송할 수도"
재계도 외국인 지정 시 FTA 조항 위반 등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에 대한 동일인(총수) 지정을 검토하는 가운데 미국 투자자들이 국제 분쟁에 나서기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재계가 동일인 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지적한 외국인 적용 시 문제점과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 조사와 관세를 비롯한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 정부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했다. 

 

▲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2021년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쿠팡 제공]

 

ISDS는 외국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의 정책 등으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를 제기하는 제도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국제분쟁의 근거이며, 앞서 론스타도 외환은행 매각 관련 ISDS 소송을 벌인 바 있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지속적으로 쿠팡에 대한 특혜 논란을 빚어왔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비판 여론을 더욱 증폭시켰다. 결국 최근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현장조사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1986년 도입된 동일인 제도는 대기업집단의 여러 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하나의 주체'라는 법적 개념이다. 사회적으로는 '모두를 거느리는 우두머리'라는 의미의 '총수(總帥)'로 받아들여진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친인척 정보 공개, 내부 거래 공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법적 의무가 생긴다. 

 

공정위는 2024년에서야 내·외국인 구분 없는 판단 기준을 마련했지만 이때도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쿠팡은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가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김 의장은 쿠팡Inc의 지분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김 의장과 그 친족의 한국 내 계열사 출자나 경영 참여가 없다는 등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이 쿠팡으로부터 거액의 보수를 받고 실제 경영에도 참여해 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 여부도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여부가 핵심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말 국회 쿠팡 청문회에 나와 "(김 부사장이) 얼마만큼의 상여금과 보수를 받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주장하며 나선 것은 또 하나의 변수다. 그간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핵심 배경으로 지목돼 왔던 대목이다. 공정위는 오는 5월 동일인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쿠팡 미국 투자자들이 이를 소송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3년 4월 당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쿠팡은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데 반발하고 있고 별도 기준 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계는 동일인 제도 폐지를 요구하면서 변화된 경제 구조에 맞지 않고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등 이유와 함께 외국인 적용 문제도 제기해 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해 11월 공정위에 제도 개선 과제를 제출하면서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기업집단 규제 위반 시 법 집행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의 기업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경우 FTA 협정상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혜국 대우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받는 국가 지위를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우려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논의되는 온라인 플랫폼법 등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고 미국 의회 일각에서도 한국 정부가 쿠팡 경영인들을 '마녀 사냥'하고 있다는 등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23일 워싱턴DC에서 미 연방 하원의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쿠팡에 대한 차별은 전혀 없다"며 "차별적 대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미는 신뢰 관계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시민단체들은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미국 정·재계가 해당 사안의 심각성이나 피해 회복, 기업의 책임을 언급하기는커녕 한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아 외교·통상적 압박에 나선 것은 문명국가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다"면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이를 내정 간섭이나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미국 투자사의 ISDS 중재의향서 제출은 당사의 입장과는 무관하다. 쿠팡은 모든 정부 조사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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