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스크시각]삼성·한화·SK·LG 등…상법 개정의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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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삼성·한화·SK·LG 등…상법 개정의 이유들

박철응 기자
기사승인 : 2025-03-24 17:24:22
'한국 경제' 내세워 개정 반대하는 재계
'회사' 우선 사례 다수...한화에어로 대표적
"압축 성장 시대 저물어, 경영권 보호 대상 아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그룹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공동으로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골자는 이사의 주주 이익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였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등 16곳이 참여했다.

 

'한국 경제 재도약'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추상적 표현에는 모호함이 서려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국민'이듯, 경제도 국민 다수의 권익으로 치환할 수 있다. 

 

▲ 지난해 10월 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 방문 환영 기념행사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가운데)이 안제이 두다 대통령(왼쪽),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K9, 천무 등 실물장비 기동시연을 보며 손뼉을 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이들 그룹 계열사의 최근 일부 사례를 보면 '회사'의 이익에 치우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침체된 경기에도 급성장한 방위 산업 덕에 이목이 집중된 기업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72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다. 또 올해와 내년 2년간 6조 원 넘는 이익이 예상된다. 이처럼 호황에도 이 회사는 지난 20일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주들에게 충격을 안겼고 주가는 급락했다. 

 

잘 나갈 때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하려는 시도는 타당하다. 그럼에도 방법 면에서 주주들을 고려치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높은 주가를 최대한 활용해 주주이익보다는 부채비율 최소화 및 이자비용 절감 등 회사의 이익을 더 우선시했다는 비판도 일견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룹 내 지분 투자 시기와 맞물려 더욱 입길에 오른다. 앞서 지난 10일 한화에어로가 1조3000억 원을 들여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동생인 김동원·김동선 부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한화임팩트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그룹 지배력은 더 강화됐다. 승계 포석에는 회사 돈을 쓰고 본업 경쟁력 강화에는 유상증자를 해서 주주 피해를 야기했다는 질타가 나온다. 

 

삼성SDI도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2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다가올 슈퍼 사이클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는 목적이다. 

 

투자는 경영 판단에 속하지만 주주들에 대한 설명 의무를 충실히 했는지, 주주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법 외에 다른 가용 수단은 없었는 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가 우선하는 모양새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더 부각시키는 것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을 앞두고 대규모 유상증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과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미래 동력인 배터리 부문 물적 분할 후 주가 하락,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논란 등이 핵심으로 작용했다. 주주 전체의 공평한 이익보다 지배주주 이익에 충실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게 발의 명분이다. 상법 개정에 적극 반대하는 대기업 그룹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제 다시 칼자루는 돌아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쥐게 됐다. 정부는 다음달 5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야 합의'를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한 대행으로서는 다시 국회로 돌려보낼 공산이 크다. 다만 그 사이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변수가 될 지 모른다.  

 

무엇보다 시장이 간절히 바란다. 1500만 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의 바람과 국민적 공감대는 큰 힘이다. "압축 성장을 통한 경제 성장의 시대는 저물었다. 경영권은 능력 검증과 도전의 대상이지 보호 대상이 아니다." 상법 개정안 통과 후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의 일갈이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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