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도입 취지 무색해진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사실상 담합 속 확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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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취지 무색해진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사실상 담합 속 확대 흐름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6-05-04 17:34:10
5대 은행 평균 예대금리차 1.51%p…역대 최고치 기록
"타행 예대금리차 높으니 우리도 괜찮겠지"…사실상 담합
"금리 낮추면 가계대출 한도 빨리 소진…불가피한 측면 있어"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 흐름을 이어가 역대 최대 격차를 찍었다. "은행 간 경쟁을 촉발해 예대금리차 축소를 유도하겠다"는 당초 예대금리차 공시 취지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4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올해 3월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1.51%로 전년동월(1.47%포인트) 대비 0.04%포인트 확대됐다. 은행연합회에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기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다.

 

▲ 5대 은행 가계 예대금리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PI뉴스 자료사진]

 

가계 예대금리차는 은행 가계대출의 평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를 뜻한다. 이 차이가 커질수록 은행 수익도 늘어난다. 다만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몇몇 정책서민금융은 일반적인 가계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다. 해당 정책서민금융을 열심히 취급하는 은행일수록 예대금리차가 커져 자칫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가 보다 정확한 지표로 여겨진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 1.64%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이어 NH농협은행 1.55%포인트, 우리은행 1.50%포인트, 하나은행 1.46%포인트, KB국민은행 1.41%포인트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공시토록 한 건 은행 간 경쟁을 촉발하기 위해서였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살 수 있으니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이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할 거라 기대했다.

 

처음에는 기대대로 돌아갔다. 2022년 7월 당시 5대 은행 예대금리차는 1%대 초중반 수준이었다. 은행들은 "제일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이라고 낙인찍히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며 앞다퉈 예대금리차를 줄였다.

 

2022년 12월에는 5대 은행 예대금리차가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국민은행(0.61%포인트), 신한은행(0.63%포인트), 하나은행(0.69%포인트) 세 곳은 0.6%대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재작년부터 은행 예대금리차가 슬금슬금 확대되기 시작하더니 작년엔 그런 움직임이 더 뚜렷해졌다. 올해 들어서도 은행 예대금리차 확대가 지속돼 결국 역대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한 시중은행 실무자는 "요새 다들 예대금리차가 크니 우리 은행이 높게 나와도 별로 거리끼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다 같이 예대금리차를 높게 유지하는, 사실상 담합으로 흐르는 셈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취지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차주 강 모(44·남) 씨는 "최근 대출금리가 바뀌었는데 연 3%포인트 가량 치솟아 눈을 의심했다"며 "은행의 폭리가 너무 심하다"고 비판했다.

 

한 시중은행 가계여신 담당 직원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려면 예금금리를 올리는 게 가장 빠르다"며 "하지만 그 경우 대출금리도 함께 올라 차주들의 고통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로 주로 쓰이는 코픽스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하는데 특히 예금금리 영향이 크다. 예금금리를 인상하면 코픽스도 뛰면서 대출금리가 따라 오른다는 얘기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가계여신 담당 임원은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수요가 쏠려 가계대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더 강화된 1.5%로 제시했다.

 

한 증권사 은행지주 담당 애널리스트는 "여러 모로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축소할 유인이 부족하다"며 "앞으로도 예대금리차가 고공비행하면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금리인상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은행주 매력은 더 빛날 것"이라며 "은행지주사들은 올해 2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재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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