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전세 효용' 다했다고?…"'아파트 전세' 수요는 대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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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효용' 다했다고?…"'아파트 전세' 수요는 대체 어려워"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4-08-29 16:48:33
'20년 장기임대주택',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 세분화…"기업이 뛰어들기 좋아"
"신혼부부도 아파트 전세 원해…전세 수요를 공공임대주택이 흡수하긴 힘들 것"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8일 열린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추진' 간담회에서 "이제 전세 제도의 효용은 다했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어 "전세 일변도의 임대주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참여하는 '20년 장기임대주택' 추진 계획을 밝혔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20년 장기임대주택은 과거 '뉴스테이'나 '공공지원 민간임대'와 달리 시장에 뿌리내릴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전세 제도, 특히 가장 선호되는 '아파트 전세'를 대체할 만큼 일반화될지는 의문이 든다.

 

29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임대차 시장은 민간이 80%(658만 가구)로 절대적이다. 공동은 20%(186만 가구)에 불과하다. 공공임대주택은 과도하게 높은 민간 비중을 줄이는 게 목적으로 역대 정부들이 모두 추진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년 장기임대주택은 과거 정부의 정책보다 합리적"이라며 "시장에 잘 정착함으로써 공공임대 비중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서울 강남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에게 분양 아파트 같은 품질의 임대주택을 리츠 방식으로 공급하는 뉴스테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임대료 규제가 미약해 '고가 임대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정부는 뉴스테이의 명칭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꾸고 임대료 규제를 강화했다.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그러자 수익성이 나빠져 기업이 손을 떼면서 공공임대 확대에는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보완화기 위해 20년 장기임대주택을 내놓으면서 사업 모델을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 3가지로 나눴다. 정부 지원을 어느 정도 받느냐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한 것이다.

 

자율형은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않는 대신 임대료 규제도 미약해 기업에게 매력적이다. 준자율형과 지원형은 임대료 규제가 강해 저소득층이 이용하기 좋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제도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균형"이라며 "과도한 규제를 없애면서도 최소한은 유지하고 세제 혜택과 기금 출자·융자 지원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그동안 기업이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못한 건 사업성이 없어서였다"며 "이번 20년 장기임대주택 방안에는 그간 업계에서 바라던 것이 반영돼 있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가 효용을 다했다", "전세 제도는 점차 사라질 것" 등 박 장관 호언은 지나치다고 평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 사기'를 두려워하는 빌라나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을 공공임대주택이 어느 정도 흡수할 것"이라면서도 "아파트 전세 수요를 흡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는 생활환경이 빌라나 다가구주택보다 훨씬 쾌적하다. 수요가 많아 금세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으므로 전세 사기에 노출될 위험도 낮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아파트 전세는 못 구해서 난리"라면서 "전세가 효용을 다했다는 건 지나친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전세는 집주인에게 월세를 안 내도 된다는 장점이 매우 커 여전히 수요가 짱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요새는 신혼부부들도 신축·브랜드·대단지 아파트 외에는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아파트 전세 수요가 강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은 방 3개·화장실 2개를 갖춘 전용 84㎡ 이상을 원한다"며 "공공임대주택은 전용 19~49㎡가 대다수라 이들의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고 평했다.

 

직장인 김 모 씨(31·남) 씨는 "요즘 여자들에게 신혼살림을 공공임대주택에서 시작하자고 하면 즉시 파혼할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 특유의 '비교 문화'도 아파트 전세 수요에 한 몫 한다. 직장인 박 모(30·여) 씨는 "신혼살림을 공공임대주택에 차리면 친구들 보기 창피해 견딜 수 없다"며 "아파트 전세 외에는 고려할 수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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