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부터 입출력 통로 두 배 확대…D램 공정으로는 한계
삼성전자, 설계·파운드리·메모리 일괄체제로 반격의 기회
번스타인 "2027년 삼성 점유율 46%…SK하이닉스 추월 전망"
AI(인공지능)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판도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D램을 높이 쌓는 적층 기술이 핵심이었으나, HBM4부터는 최하단 칩인 '베이스 다이' 설계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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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BM4 반도체 이미지 [DALLE-3] |
10일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이 오는 2027년 46%로 올라 SK하이닉스(37%)를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역전 전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HBM4부터 중요해진 '베이스 다이' 때문이다. HBM 최하단에서 적층된 D램과 GPU 사이의 데이터를 제어하는 칩이다. HBM3E까지는 베이스 다이를 D램 공정으로 생산해 D램을 얼마나 높이 안정적으로 쌓느냐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HBM4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AI 모델이 거대화하며 GPU가 요구하는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했다. 이를 반영해 HBM4부터는 데이터 입출력(I/O) 통로를 전 세대의 1024개에서 2048개로 두 배 늘렸다. D램 적층도 12·16단으로 높아졌다.
문제는 기존 D램 공정이 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D램 공정은 속도와 전력 효율에서 시스템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에 뒤처진다. 게다가 엔비디아 등이 자사 AI 칩에 맞는 연산이나 발열 제어 같은 로직 기능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D램 공정으로는 구현이 어려워졌다. 결국 HBM4부터 베이스 다이 생산은 미세화 수준이 높고 로직 기능 구현이 용이한 '첨단 파운드리 공정'으로 전환됐다.
HBM의 밑받침(베이스 다이)을 지금까지는 일반 D램 공장(D램 공정)에서 만들었는데, 이제는 성능 요구치가 너무 높아져서 대만 TSMC나 삼성전자 같은 첨단 파운드리 공장(파운드리 공정)의 기술력을 빌려와야만 감당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이처럼 베이스 다이가 고도화되면서 HBM 시장은 '주문제작(커스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규격품을 만들어 팔던 기존과 달리, HBM4부터는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 요구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 설계부터 첨단 파운드리 생산, 패키징까지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구조적으로 유리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가 베이스 다이를 설계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4나노 첨단 공정으로 생산한다. 메모리사업부가 D램을 쌓아 최종 패키징까지 마친다. SK하이닉스는 설계는 직접 하되 생산은 TSMC 12나노 공정에 맡긴다. 검증된 파운드리와 협력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베이스 다이의 역할 변화가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병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간단한 회로로 데이터를 보냈지만, 이제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빈자리 없이 한꺼번에 채우거나 줄을 세우는 등 메모리 쪽에서 데이터 정렬을 더 많이 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CPU·GPU를 만들 때 쓰는 하이엔드 로직 공정이 필수가 되면서 자체 파운드리 공정으로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삼성이 매우 유리해진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용근 서울과학기술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의 적층 층수가 높아질수록 베이스 다이 설계가 병목으로 작용한다"며 "지금까지는 적층이 핵심 기술이었다면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서 내려오는 신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배지수 기자 didyo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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