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박형란의 토닥토닥] 가족 간의 사랑도 타이밍…이번 방학 놓치면 안 될 '추억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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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란의 토닥토닥] 가족 간의 사랑도 타이밍…이번 방학 놓치면 안 될 '추억 쌓기'

UPI뉴스
기사승인 : 2019-07-25 13:38:00

방학을 기다리던 마음도 잠시, 막상 더위 탓에 무엇에든 집중하기 어려운 때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기간이다.


▲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한 추억은 후일 자녀가 성인이 되어 소환할 풍성한 '의미'가 된다. [셔터스톡]


과거에 그저 일상적인 놀이였던 모든 것이 이제 청소년의 치유 방법으로 대두되었다. 자연 속에서 지냈던 일들이 치유 방법의 한 분야가 되어 전문가가 개입해 상담해준다. 자연 치유, 숲 치유, 소리 치유, 진흙 치유, 모래 치료, 원예 치료, 놀이 치료, 맨발로 땅 위를 걷는 어씽(Earthing) 등 다양하다.


자연과 더불어 살던 시절에는 일상의 일부였던 활동이 이젠 힐링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만큼 청소년들이 자연과 동떨어져 사는 처지를 실감하게 된다. '치유'라는 말이 흔해지니 본래의 따스하고 희망적인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다. 정신을 진단 받고 치료하는 느낌이 강해진다.

방학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회복과 치유를 더 갈망하게 된다. 부모세대는 자연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멍하니 구름을 쳐다보며 그 모양이 금세 변하고 사라지는 속도에 놀라던 일, 햇볕에 따뜻하게 달궈진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순간들을 기억하곤 한다. 그게 다 마음의 치유였다니 부모들은 지금 자녀보다 좀 일찍 태어난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할 판이다. 지금 청소년들의 정서적 메마름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돌이켜보면 부모와 함께 일상에서 했던 일들이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책임감을 갖게 하고 또렷한 추억을 안겨 주었다. 여름이 다가오면 유리창 문을 떼고 모기장을 붙이고, 추워지면 문살에 창호지를 바르고 문풍지를 여분으로 남겨 놓던 손길들, 장맛비가 후두둑 쏟아지면 마당에 널어놓았던 고추며 나물들을 허겁지겁 추슬러 담던 발길들이 불편한 삶이 아니라 치유의 삶이었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들을 밀착 지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 한 공간에 있어도 TV을 시청하거나 지인과 전화하는 일, 자기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일, 직장 업무를 집에 가져와 하는 일에 열중할 때가 많다. 자녀의 감정과 생각에 관심 갖고 소통하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녀는 부모와 함께 즐겁게 놀기를 간절히 원하는데 거부당하고 방임 당한 기억을 갖는다. 점차 부모는 함께 재밌게 지내기 어려운 대상이라고 단정하게 된다. 정작 자녀가 상급학교에 들어가면 부모가 가족여행이라도 가자고 아무리 달래도 가지 않으려 한다. 좋은 호텔과 리조트를 잡아 놓아도 자녀 없이 부모만 가는 여행이 되기 마련이다.

영국 영화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입니까?'에서 주인공은 평생 아버지와 소원한 관계로 지낸다. 결국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를 대하고서야 지난날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려 본다. 벽처럼 소통이 안 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괴짜 아버지가 그에게 캠핑을 가자고 했던 일을 회상한다. 그리고 그 아버지와 함께 답답한 텐트 안에서 잠을 자는데 밤사이 갑자기 불어난 계곡 물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애쓰던 그 모습을 수십 년이 지난 후 임종을 앞둔 아버지 앞에서 떠올린다.

1990년대 미국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부자가 함께 낚시를 하면서 인생의 많은 점을 은유로 보여준다. 낚시할 때 둘째 아들 폴은 아버지가 가르쳐준 메트로놈의 4박자 규칙을 깨고 자기만의 독특한 송어잡이 리듬을 계발한다. 아버지와 낚시하던 추억은 아들들이 자기 개성에 맞게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하고 배우게 했다. 함께 한 그 시간은 개성이 서로 다른 부자가 '사랑'을 서툴게 엮어간 순간들이었다. 두 영화 모두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한 추억이 있었기에 후일 자녀가 성인이 되어 소환할 '의미'가 풍성해짐을 보여준다.

지금 자녀들과 어떤 방식으로 추억을 쌓으면 좋을까. 기계와 모바일을 떠나서 자연 속에서 즐겁게 지낼 수는 없는 걸까. 최근 다녀온 중·고등학생의 여름 수양회에서 청소년들의 문화와 자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최 측에서 이번에는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깨닫고, 함께 생각하고, 24시간을 스스로 디자인하도록 했다. 일체의 계획을 배제하고 스마트폰은 2박 3일 동안 걷었다. 그러자 그들은 평소 친한 친구들이 아니라도 서로 챙기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대별로 계획을 짜지 않았지만 빈둥대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자유롭게 물놀이, 영화 보기, 보드게임 하기, 가면 만들기, 타투를 해보는 경험 등을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남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에 맞게 살짝 메이크업을 받고 즐거워했다. 그런 꾸밈을 한번 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밤에는 별을 보러 뜰에 나가고 간식 시간에는 서로의 체험한 일들을 이야기하느라 시끌벅적했다. 아마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숙소에서는 그들만의 잔잔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으리라. 이렇게 종일 자율적인 활동을 허락해주니 밤에 몰래 밖에 나가거나 금지한 행동을 시도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무방비의 자율'이 아니라 실제로는 선배들과 중년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관리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돌아올 때는 숙소 운영자로부터 청소년들의 태도가 바르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미국에서 행동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부모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약물을 시도하거나 우울감을 느끼거나 성적이 나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관리감독을 통해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한다. 2012년 톰 디션이 그의 저서에서 밝히 연구 결과는 '본래부터 비행청소년은 없다. 그런 행동을 하게끔 만든 환경이 있을 뿐이다'였다. 청소년들이 좋은 환경에 노출되도록 도와주면 사회친화적인 활동을 통해 순화된다고 지적했다.

자녀의 사회적인 활동은 일차적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남과 협조하며 친사회적인 활동을 익숙하게 할 경우 다른 역할들을 잘 수행하게 된다. 일상의 자잘한 일들을 가볍게 여기고 오로지 문제집 풀고 공부 진도 나가는 일에만 집중한다고 결과가 최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가족과 모임에서 장비를 설치하고 만드는 일,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일, 사진을 찍어 주는 일 등이 친사회적인 활동의 좋은 예다.

자녀에게 간혹 행복했던 기억을 물어보면 의외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친구가 사는 제주에 갔을 때 친구 부모님께서 맛있는 갈치조림을 해 주셨는데, 그렇게 크고 빛나는 갈치는 처음 봤다고 한다. '그렇게 크고 빛나는 은색 갈치'의 이미지로 평생 그 친구를 기억하고 이야기할 것이다. 부모로서 그런 이미지를 심어준 추억들이 있었나 생각해본다. 지금이라도 자녀와 함께 하고픈 일들을 곰곰 생각해본다.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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