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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의 문학공간] "상감마마, 소인은 짐승이었고 개였습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0-02-20 20:26:30
신승철 두 번째 장편 '아담의 첫 번째 아내'
폐위된 순빈 봉씨를 위한 여성들의 이어쓰기
600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마초들의 현주소
▲세종이 동성애를 명분으로 두 번째 세자빈 순빈 봉씨를 폐위한 사연을 액자소설과 추리 형식으로 새롭게 해석한 소설가 신승철.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상감마마, 소인은 무엇이었습니까? 세자빈이었습니까? 아니면 세간의 새색시였습니까? 아니었습니다. 소인은 짐승이었고, 개였습니다. 소인은 진정 죽고 싶을 따름이었습니다."

 

신승철(55) 두 번째 장편 '아담의 첫 번째 아내'(삼인)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 순빈 봉씨 이야기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600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남성들의 시각과 태도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순빈 봉씨는 여종 소쌍과 동성애 행각을 벌였다는 이유와 기타 여러 흠집을 들어 세종이 폐위한 인물. 이 사연은 조선왕조실록에 상세히 기록돼 있거니와 작가는 이 대목들을 분할해 조금씩 진설하면서 동시대 페미니스트들의 시각으로 그 주장들을 해부하고 반박한다. 이러한 반박은 카페 '지스팟' 주인인 박지연이 글쓰기 자원자 15명을 모집해 '거짓말쟁이들의 추리소설'을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하, 세상은 기억할 것입니다. 이 시대에는 짐승들도 누리는 사랑과 희망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세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후세에는 반드시 기억할 것입니다. 소인의 억울한 누명을. 아울러 전하께서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할 것으로 압니다. 전하께서도 여성의 몸을 빌려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들의 소설이 한 축을 이루고, 현재 시점에서 연쇄 살인을 추적하는 강 형사와 신문기자와 박지연의 이야기가 또 한 축을 이루며 소설은 나아간다. 강 형사는 마초적인 생각과 태도를 지닌 인물인데 이러한 성격은 그가 구사하는 욕설과 여성에 대한 욕망에서 강력하게 드러난다. 특히 작가가 '상소리 사전'을 비롯한 욕설 사전들을 뒤져 진설했다는 욕설들은 거침이 없다.

 

'허 참, 애 낳는데 *하잔 소리네' '오래 살다 보면 고손자 *패는 꼴을 본다더니 내가 그 짝이야.' '개*에 보리알 여럿 낀다구요?' '아줌마 **털은 덮어줘도 욕먹는 법이야, 이 씨부랄 놈아.' '우째 우리는 되는 일이 없냐. 반장님 말마따나 맺돌씹에 *빠지네.' '그려, 이젠 강 건너 시아비 *이지.' *표시로 감춘 대목들은 대부분 남녀 성기나 성교와 관련된 노골적인 우리말들이다.

 

이런 욕들을 거침없이 구사하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강 형사를 바라보는 남성 독자들은 자신들의 어떤 속성을 거울을 통해 마주보는 듯한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지점이야말로 작가가 노린 한 수일 텐데, 강 형사와 대척점에 놓인 현대의 인물은 '지스팟' 주인 박지연이다. 이 여성은 작가가 아담의 첫 번째 아내로 상정한 인물이다.

 

유대 경전에 따르면 아담의 첫 번째 아내는 이브가 아니라 '릴리스'라는 존재였다고 한다. 릴리스는 아담과 성격 문제로 결별하고 에덴동산을 떠났다는 것이다. 릴리스는 "개방적이고, 독립성이 강하며, 성적 욕구 및 모든 면에서 아담과 동등하길 원했던 인물"이라고 작가는 판단했고, 이 여성을 위한 변론을 이번 소설을 통해 펼쳐내는 셈이다.

▲조선의 임금 곁에 선 소설가 신승철. 그는 조선시대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던 태도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애초에 하늘에서 남녀를 동등한 캐릭터로 창조했는데, 여성만 고분고분한 존재로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아내를 쫓아내고 아담의 갈비뼈를 이용해 두 번째 여성을 창조했다니 그럴 법도 하다. 이 소설에서 박지연은 프리섹스를 지향하며 순빈 봉씨의 억울함을 풀어가는 집단 창작 소설의 지휘자로 나선다. 이 이어쓰기 소설에 참여한 인물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면서 이야기는 정점을 향해 간다. 읽기에 따라서는 창작에 대한 박지연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일으킨 재앙이라는 혐의도 있지만, 세종 당대는 물론 21세기 대명천지에도 여전히 여성을 향한 적대적이고 마초적인 세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웅변하는 '살인'이기도 하다. 


신승철은 "아담은 원초적인 남성성, 권위주의, 권력욕, 폭력성, 부도덕 등을 타고난 것은 아닐까"라고 물으며 "이번 소설의 등장인물인 문종이나 강 형사, 문중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썼다. 그는 "반면에 아담의 첫 번째 아내는 아담의 정서에 반기를 들고 저항하는 인물"인데 "이에 해당하는 등장인물로는 순빈 봉 씨, 박지연, 그리고 소설 이어쓰기에 참여했고, 연쇄 살인에 희생당한 여성들"이라고 적시했다. 그는 "박지연은 폐빈의 환생으로서 현실에 저항하며 영혼을 팔아서라도 예술이라는 욕망에 다가가려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 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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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소설가, 문학전문기자. 일간지에서 30년 가까이 주로 문학전문기자로 일함. 1998년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 발표. 소설집 '떠다니네' '왈릴리 고양이나무'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장편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여기가 끝이라면' '시인에게 길을 묻다' '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등. 한무숙문학상, 통영 김용익문학상, 무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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