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북한에도 '코로나19' 덮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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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코로나19' 덮쳤나

김당
기사승인 : 2020-03-02 18:58:12
3개 道 '의학적 감시 대상자' 7천명…5개 도에서 '새떼, 원인 모를 죽음'
코로나19를 '원인 모를 조류 전염병 검체 검사'로 주민들에 위장 가능성
탈북의사 최정훈 "북한당국 전염병 인정한 적 없어…12~1월 전파됐을 것"

북한 관영매체들이 코로나19 감염증과 관련 7000명에 이르는 이른바 '의학적 감시 대상자' 수를 밝혀 주목된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여전히 '코로나19 발병자가 한 명도 없다'는 논조를 고수하고 있지만 보도 양상에서 미세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 1일 신의주시의 여러 단위에서 COVID-19(코로나19) 감염증 전파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방역사업을 실속있게 하고있다는 사진보도 [조선중앙통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비루스(바이러스)전염병이 절대로 우리 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각지에서 위생선전과 방역사업이 더욱 강도높이 전개되고 있다"면서도 7000명에 이르는 '의학적 감시 대상자'의 수를 밝혔다.

 

이 신문은 "중앙비상방역지휘부에서는 격리된 외국인들을 비롯한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의 검병검진과 생활보장 대책을 더욱 빈틈없이 세우고 있다"면서 "상업성, 경공업성, 지방공업성, 수산성 등 많은 단위들에서는 식량, 생활필수품, 부식물들을 격리자들에게 보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의 '비루스전염병을 막기 위한 선전과 방역사업 강도 높이 전개' 기사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는 "평안남도에 2420명, 강원도에 1500명 등 약 4000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신문은 "평안남도의 당, 정권기관, 근로단체, 기관, 기업소들에서 각종 식료품, 땔감을 비롯한 물자보장사업을 잘하여 도내 2420여 명의 의학적 감시대상자들이 아무런 불편도 없이 검병검진사업에 주인답게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1500여 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있는 강원도에서도 이들을 위한 후방물자 보장에 힘을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4일 조선중앙방송은 북·중 접경인 평안북도에 "(우한 코로나로 인한) 3000여 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합치면 평안남북도와 강원도에서만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7000명에 이르는 셈이다.

 

북한 매체들은 '의학적 감시 대상자'의 개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생활용품을 전달했다'는 보도로 미뤄볼 때 자택 혹은 별도의 장소에 격리된 사람으로 추정된다.

 

노동신문은 "호(戶)담당 의사들의 책임성을 더욱 높여 담당단위에서 열이 나거나 호흡기병을 앓는 사람이 없는가를 매일 장악하고 치료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하지만, '자가 격리' 또는 '집단시설 격리'에 해당하는 의학적 감시 대상자가 7000명인데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과 한국에서의 역학조사 결과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번째는 북한에서 "원인 모르게 죽은 새류들과 곤충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채집한 검체들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 비루스(바이러스)성 전염병을 막기 위한 수의방역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는 2월 29일자 기사. [조선중앙통신]


신문은 "태탄군, 연산군, 세포군, 평원군, 영광군 등지에서 원인 모르게 죽은 새류들과 때아닌 곤충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채집한 검체들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태탄군은 황해남도, 연산군은 황해북도, 세포군은 강원도, 평원군은 평안남도, 영광군은 함경남도에 속해 있다(아래 지도 참조). 5개 도에 걸쳐서 '원인 모르게 죽은 새떼가 나타나 검체를 채집해 검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두 곳이라면 몰라도 5개 도에 걸쳐서 새 떼가 죽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검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단계에서 관영매체가 이런 괴이한 현상을 보도한 것 자체가 북한 체제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북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방역검진과 환자 발생으로 인한 격리치료 사실을 은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원인 모르게 죽은 조류 전염병 검사'로 위장하려는 '복선'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달 27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 황해도, 평안북도 신의주, 룡천 등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혹은 의심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北, 은밀히 '코로나' 집계 중… '유사증세 사망자 23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데일리NK는 탈북자 출신 기자들을 주축으로 북한 내 취재망을 확보하고 있다.

 

또 북한 의사 출신의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씨는 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이 1월 22일 북-중 국경을 봉쇄했는데 그 이전에 이미 12월, 1월 중국인이 넘나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감염자가 이미 있었다는 것"이라고 환자 발생을 기정사실로 간주했다.

 

최 교수는 "한반도가 3천리(강산)인데 북-중 국경 길이가 5000리다. 북한 당국이 (밀수꾼까지) 다 통제할 순 없다"면서 "북한 당국이 북한 내에서 퍼진 전염병을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2003년 '사스' 때도, 북한 당국이 21세기 들어와 기간으로나 대응강도에 있어서 제일 강하게 투쟁했던 전염병 대응이었는데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환자가) 한 명도 없다'였다"면서 "당시 해마다 계절마다 환자와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에서 '함경북도 청진에서 10여 명 정도 폐렴증세로 사망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도 "항생제를 쓰면 되기 때문에 폐렴으로 한꺼번에 그렇게 쉽게 죽진 않는다"면서 코로나19에 의한 감염 사망으로 추정했다.

 

청진의과대학을 졸업한 최 교수는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2011년에 탈북해 2012년에 한국에 왔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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