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4차 재난지원금·손실보상, 과연 재정건전성에 위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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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손실보상, 과연 재정건전성에 위협일까?

강혜영
기사승인 : 2021-02-05 15:23:43
"재정건전성 집착버리고 피해지원·경제회복에 정책 우선 순위 둬야"
IMF도 추가 재정 확장 권고…코로나 대응 재정 지원, G20 중 15위
일각서는 "부채 증가 속도 빨라 재정여력 한뼘 남은 상황" 우려 제기
4차 재난지원금, 자영업 손실보상제 논란이 뜨겁다. 전시나 다름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나라곳간 바닥난다"는 걱정이 부닥친다.

전선은 문재인 정권 내에도 첨예하게 형성됐다. 이낙연의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 재정정책'을 주문하는데 홍남기 경제팀은 "아니되옵니다"를 연발한다.

'적극 재정'을 주문하는 쪽은 "당장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피해를 본 이들을 지원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정책 우선순위를 두라"고 한다. " 지금 재정을 푸는 것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반대편에선 "재난지원금 지급, 손실보상제와 같은 정책을 펴기 위한 재원은 대부분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작금의 재난 상황에서 어느쪽 말이 맞는 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나라다. 재정정책 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재난지원금 얘기만 나오면 관료들은 곳간 걱정부터 한다.

한가지 희한한 건 마찬가지로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그린뉴딜과 같은 국책사업에 대해선 일체 곳간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왜 관료들은 업자들에게 돈이 가는 국책사업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재난시 생계가 어려운 국민을 돕는 일에만 곳간 타령인가"라고 개탄했다. 주 위원은 "대한민국은 재정정책을 가장 소극적으로 하는 나라"라고 했다.

▲ 폐업을 알리는 부착물이 걸린 음식점 내부가 텅 비어있다. [정병혁 기자]

4차 재난지원금·자영업 손실보상제, 소요되는 재원은?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공식화되고 있다. 영업 제한·금지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제도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기간 동안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서 4차 재난지원금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여당에서는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포괄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20조 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본예산 목적예비비 가운데 5조6000억 원을 3차 지원금 지급과 코로나19 백신 구입 선급금 등으로 이미 지출했기 때문에 남은 예비비는 2조 원대에 불과하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슈퍼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본예산 기준 956조가 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예상됐다. 4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20조 원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채무는 976조 원, 국가채무비율은 48.3%로 높아진다.

장기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자영업 손실보상제의 경우에는 보상 대상, 손실 기준 등에 따라 규모가 크게 달라지겠지만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에 따르면 월 24조7000억 원이 필요해 보상 기간을 4개월로 가정하면 최대 100조 원 가량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서는 "재정 여력 한 뼘 남아…선별지원도 나눠서 해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동시 지급 등에 재정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4개월간 100조 원이 들어가는 등 관련 의원 입법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최근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재정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미 작년부터 코로나 경제 위기에 대응해서 재정으로 적극적으로 막고 있어 재정적자 폭도 6%로 높아졌고 올해 국채비율도 4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전례 없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충격을 흡수하려면 금융 및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2년 차에 들어오면서 서서히 버거워 지고 있다"면서 "재정 여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매년 허용치가 있다고 할 때 최대치에 근접해 재정이 한 뼘 남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제한적 재원을 가지고 보편, 선별 지원을 모두 하는 것은 재정 여력이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본 예산이 통과됐고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할 때 올 한해 GDP의 1% 수준인 20조를 가지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20조 예산도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하반기 나눠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선진국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낮다는 것을 근거로 재정을 더 쓰면 안 된다"면서 "선진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 국가를 건설하면서 약 75년 동안 지금의 부채비율을 감당한 결과라면 우리는 노무현 정부 때를 시작으로 17~18년 가량 됐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금 4차 재난지원금 한 번만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보상제도 논의되고 있고 앞으로도 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도 있는 등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작년에 이미 코로나로 올해도 안 좋을 가능성이 나타났는데 예산을 따로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고 대비를 안 한 상황에서 재정을 계속 쓰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부채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어 선별지급도 못 할까 봐 걱정하는 상황인데 보편지급은 얘기할 필요도 없다"면서 "OECD 국가 부채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국 중에서는 국가 부채가 평균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재정건전성 집착 버려야"…코로나 대응 재정 지원, G20 중 15위

하지만 재정건전성은 국가 운영의 목표가 아니며 현재 우리나라 재정 여력은 추가적인 지출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기구들도 재정 지출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재정 상황에 대해 "피해 근로자·기업 대상 선택적 이전 지출을 늘리고 회복을 뒷받침하는 공공 투자 계획을 가속할 여지가 있다"며 "올해 예산안 대비 재정 적자 규모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향후 몇 년에 걸친 재정 건전화로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추가 재정 지출 비율 [IMF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에 따른 재정 지원도 낮은 수준이다. IMF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난지원금, 세금 감면 등 재정 지출 규모가 560억 달러로 집계됐다. GDP 대비로는 3.4%로 21개 국가 가운데 15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 유지보다는 피해 계층 지원을 정책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재정건전성보다는 거시경제의 체력이 더 중요한 고려요인이 돼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자영업, 대면 서비스업 피해가 극심해서 거시경제가 위축되면 궁극적으로 재정건전성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상황에 맞춰서 재정을 집행하고 재정건전성은 나중에 경제가 살아나고 회복될 때 신경 써야 하는 것"이라면서 "재정건전성은 경제가 튼튼할 때 지켜지는 것이지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는 데에 집착한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 재정위기 사례에서도 재정을 적극적으로 지출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재정건전성이 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정건전성 지표는 국가채무 규모를 GDP로 나눈 것"이라며 "부채를 늘리지 않기 위해서 정부지출을 아끼고 대응을 안 하면 GDP 규모가 줄어들어서 결국에는 국채비율이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지금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무엇을 위한 재정건전성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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