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성범죄 저질러도 건재한 '철밥통' 의사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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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저질러도 건재한 '철밥통' 의사면허

김지원
기사승인 : 2021-08-20 21:50:02
현행 의료법 살인·성폭행 저질러도 의사면허 취소되지 않아
CCTV 의무화· 금고 이상 면허취소 의료법 개정안 국회서 '낮잠'
한국 사회에서 의사 집단은 특수한 직업군이다. '전교1등'이 모인 엘리트 집단, 환자 생명줄을 쥔 절대 갑이다. 공익에 헌신하는 의료인도 많지만 환자에게 갑질하는 이들도 적잖다.

그에 비해 책임은 덜 진다. 누리는 특권은 상당하다. 의사면허가 대표적이다. 진료기록을 조작해도, 환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도 취소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철밥통'이다.  

최근 권대희 씨 사망 사건 판결은 '의사에게 유독 관대한 세태'를 다시 반추케 했다. 이른바 '공장식 수술' 중 사망한 사건인데, 1심 법원은 성형외과 원장 장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유족은 불복해 항소했다. 집도의에게 상해치사나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거다. 

▲ 지난 6월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고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 그 앞에 앉은 이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권대희 씨는 2016년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도중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후 사망했다. 당시 CCTV 영상에 담긴 수술실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는 동시에 3개의 수술실을 열어두고 그곳을 오갔다. 그가 비운 자리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령의사'가 대신했다.

이 사고로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해야한다는 '권대희법' 입법 움직임이 일었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사형, 징역, 금고)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이 끝난 뒤 5년 동안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의사들은 왜 늘 솜방망이 처벌인 것인지, 의문과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의료법 등 현행법은 '의사면허'를 단단하게 보호하는 탓이다. 현행법상 살인이나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의료법 제8조는 '의사 결격 사유'에 허위 진단서 작성, 업무상 비밀 누설, 허위 진료비 청구 등 한정된 위반 사항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씨 등의 사례에 비춰 보면, '업무상과실치사'로만 처벌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는 유지되기에 계속해서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타 선진국은 다르다.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 취소 처분이 폭넓게 이뤄진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어느 범죄로든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다. 미국은 다수의 주에서 유죄 전력이 있는 의사는 면허를 받을 수 없다. 독일은 의사가 기소될 경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면허를 정지하고 위법 사항이 확정되면 면허를 영구 정지한다.

국내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도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처분은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많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의 경우 어느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나면 5년간 자격을 취소한다. 세무사와 변리사는 3년간 자격이 취소된다.

권대희 씨의 어머니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현재 아직 판결문이 나오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와 무면허 의료행위를 어떻게 구분해 판결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태까지 유령수술, 유령의사, 대리 수술이 암암리에 모르게 이뤄져왔다"며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이미 무면허 의료행위하는 것도, 유령의사가 수술을 하는 것도 (CCTV에)나왔고, 노출이 다 됐는데도, 검찰에서 상해치사나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고 업무상 과실치사로 가면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행위로 정상적인 수술적인 시스템은 아닌데, 업무상 과실치사로 정상적인 시스템에서 사고 나서 죽은 것처럼 (처리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어 "CCTV에 정황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세게 처벌을 해서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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