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대박 난 정유사들에 '횡재세' 물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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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대박 난 정유사들에 '횡재세' 물릴 수 있을까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6-21 11:21:18
'천정부지' 국제유가에 석유회사들 '떼돈'
초과 이윤 일부 세금으로 걷자는 주장도
정유사들, 기름값 내리는 게 ESG 경영
최근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거의 모든 가계, 기업, 정부가 고통을 겪고 있죠. 그러나 그 속에서도 돈을 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석유회사일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석유 기업들이 하나님보다 더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죠.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들 기업에 대해 초과 이윤 일부를 세금으로 걷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바로 횡재세라는 겁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Windfall profit tax라고 표현합니다. 바람이 불어서 열매가 떨어져 그 열매를 주운 사람이 얻은 이익에 과세한다는 개념입니다. 지금 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불시의 재난으로 유가가 급등했고 이것은 바람이 불어 나무의 열매가 땅에 떨어진 것과 같은 겁니다. 이 열매를 공짜로 줍고 있는 석유회사의 이익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고유가로 고통을 받는 사람을 돕겠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업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정유사들입니다. 비싸진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나 경유를 만들어야 하니까 당연히 비싸게 파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름값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정유회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제품과는 다른 기름값 산정방법

휘발유를 예로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상품은 원자재를 들여올 때 그 원자재 가격에 몇 %의 관세를 매기고 이 원자재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면 기업은 비용과 수익을 더해 공장도 가격을 책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휘발유는 원유를 들여올 때 얼마에 들여왔건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매기지 않습니다. 국제시장의 휘발유 가격 즉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물리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휘발유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일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와 생산한 휘발유 가격이 국제휘발유 가격보다 비싸다면 누군가가 국제휘발유를 수입해 들여와 팔게 될 겁니다. 반대로 우리 정유사가 국제휘발유 가격보다 싸게 생산한다면 좋은 가격으로 수출 할 수 있는 겁니다. 정유사들의 휘발유 생산 원가가 얼마인지, 기업 비밀에 속하고 또 알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 정유사들이 우리도 기름을 수출하는 산유국이라는 광고를 내는 것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이 말은 우리 정유사들이 생산한 기름이 국제 가격으로 팔아도 이윤이 남을 만큼 정제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요즘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싸졌다는 것이 연일 뉴스가 되고 있죠. 이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경유를 만드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서 경유 가격이 비싸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국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국제 경우 가격이 비싸진 것은 경유를 많이 사용하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유가 부족해져서 가격이 오른 것이 그 이유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 화물차 기사, 경유차 운전자에게 짐을 더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유사들이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얻는 이익이 얼마나 될까요? 국제적으로 평균적인 값이 있습니다. 바로 싱가포르 정제마진이라는 건데요. 정유사들이 1배럴을 정제해서 휘발유와 경유, 중유, 나프타 같은 여러 석유제품을 생산 판매해 얻는 이익을 말하는 겁니다. 전체 매출에서 원유가격과 수송 운송 등의 비용을 뺀 것입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4달러나 5달러 정도면 손익 분기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20달러를 넘나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다가 국제 원유가가 줄곧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니까 미리 싸게 사뒀던 원유에 대한 재고 이익까지 더해지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 정유사, 분기 당 조 단위 이익 달성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얼마나 이익을 냈을까요? 우리나라에는 상장된 정유사로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그리고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이렇게 4개 회사가 있습니다. 1분기에 각각 조 단위의 이익을 냈고 이러한 호실적은 2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 모두 정유 사업 이외에 다른 화학산업도 운영하기 때문에 정유 부문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이익 증가세는 엄청납니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것을 보면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유사에게도 횡재세를 물릴 수 있을까요?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 국제휘발유 가격이 크게 떨어져서 정유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세금으로 보전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거나 생산성을 높여서 이익을 더 많이 낸다면 이는 칭찬할 일일 겁니다. 또 예상보다 수요가 많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가 더 많은 이윤을 낸다면 이것 역시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유사의 지금 상황은 전쟁이라는 환난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서 이익이 쌓이고 있는 겁니다. 바람에 떨어진 열매를 공짜로 줍고 있는 것이고 전쟁은 모두의 비극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도 물가 급등이 경제 안정의 큰 걸림돌 되고 있고 물가 급등의 첫 번째 원인은 휘발유, 경유 가격 상승입니다. 정부는 유류세를 낮추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럴 때 정유사들이 꼭 횡재세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공장도 가격을 좀 낮춰주면 어떨까요? 요즘 기업들이 가장 크게 내세우는 것이 ESG 경영이죠. 여기서 S는 사회적 책임을 말합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낮춰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시의적절한 사회적 기여가 될 것입니다. 이익을 다 토해내라는 것이 아닌 바람에 떨어져 공짜로 주운 열매 가운데 몇 개는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자는 겁니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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