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비용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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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비용 청구서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7-04 15:29:55
전력 발전원가, 유류·LNG가 원자력보다 4배 이상 비싸
한전, 발전사에서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대규모 적자
윤 정부 원전 추진이 전기요금 낮출 가능성 전혀 없어
전쟁 종식, 유가· LNG 가격하락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
전기요금이 이번 달부터 kWh당 5원 올랐다. 연료비 등락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폭은 분기별로는 최대 3원, 연간으로는 최대 5원을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한전의 천문학적 영업손실이 현실화하자 연간 상한액 한도 5원을 끌어다 쓴 것이다. 그럼에도 오는 10월 4분기 요금을 결정할 때에도 연료비가 아닌 다른 항목을 건드려서라도 또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5조8601억 원을 한 분기 만에 벌써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증권사가 추정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23조1400억 원에 달하고 최대 30조 원 적자 전망까지 나온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문제로 인한 LNG 가격이 폭등해 빚어진 것이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탈원전에 기인한 바가 크고 탈원전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큰 대규모 적자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서울시내 주택가 가스계량기. [뉴시스] 

SMP, 전력 도매가격 산정의 비밀

한전은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서 가정이나 기업에 파는데 비싸게 사서 싸게 팔기 때문에 대규모 적자가 났다. 지난 4월 한전이 구매한 전력의 1kWh당 평균가는 202.11원으로 한전이 공급하는 주택용 전기 판매단가 109.16원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가격이 전력 도매가격이다. 발전에 사용하는 연료의 종류에 따라 원자력, 석탄 화력, 신재생, 유류, LNG 등으로 구분된다. 당연히 발전 원가도 차이가 난다. 대략 원전이 kWh당 50원대, 유연탄이 140원대, 그 밖에 신재생, 수력, 중유, LNG 순서로 발전 원가가 비싸다. 가장 비싼 발전인 유류나 LNG는 가장 싼 원자력보다 4배 이상 비싸다.

일반적인 공산품을 생각하면 제조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구매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전기 도매가격은 전혀 다른 구조로 이뤄진다. 전기 수요에 따라 가장 싼 발전소의 전기부터 사들이고 그 이후 점차 비싼 발전소의 전기를 사들인다. 그런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점에서 투입된 발전소의 발전비용을 도매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이다. 즉 가동된 모든 발전소에 대해 발전 원가와 관계없이 이렇게 계산된 도매가격으로 산정해 주게 돼 있다. 이를 SMP,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의 전력시장은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싼 LNG까지 가동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다. 따라서 LNG 가격이 비싸져서 전력 도매가격이 폭등했고 그에 따라 한전의 적자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 5년 동안 탈원전 정책으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가동이 늦춰진 원자력 발전을 생각하면 계산은 달라진다.

원자력 발전소, 文 정부에서 폐쇄되고 가동 지연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고리 1호기가 영구 폐쇄됐다. 발전용량 587MW 규모의 발전소가 정지한 것이다. 그리고 말도 많은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 논란 끝에 예정보다 3년 앞선 2019년 12월 영구 정지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 30년에 도달해 일시적으로 운전을 멈췄지만, 수명을 10년 연장하기로 하고 2015년 6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였다. 

여기서 폐쇄 과정의 적법성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 문제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될 것이다. 여기서는 오롯이 탈원전이 전기요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계산해 보자는 것이다. 월성 1호기의 발전용량은 679MW였다. 따라서 고리 1호기와 합치면 1266MW의 발전능력이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다가 정부의 전력 계획대로라면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신고리 4호기를 비롯해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호기 등 신규 원전 4기가 운전을 시작해야 했다. 이들은 모두 1.4GW급이다. 하지만 신고리 4호기만 2019년 8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나머지 3기 가운데 신한울 1호기는 빠르면 올가을 가동에 들어가겠지만, 나머지는 언제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문 정부 5년 동안 원자력 발전 능력은 1.266GW가 폐쇄되고 1.4GW가 새로 가동을 시작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0.134GW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고리 1호기는 잦은 고장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만약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고 4기의 신규 원전을 예정대로 가동을 시작했다면 계산은 이렇게 될 것이다. 1.4×4(신규 원전 4기)+0.679(월성 1호기)-0.587(고리 1호기)=5.692GW. 탈원전 정책이 없었다면 5.692GW의 전력 생산 능력이 늘어났을 것인데 0.134GW 증가에 그친 것이다. 5.692GW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 공급능력의 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다시 SMP 체계로 돌아가 보자. 만약 원자력에서 5.692GW의 신규 공급능력이 있었다면 LNG나 유류 발전 같은 값비싼 연료의 발전 수요는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고 전력 도매가격도 훨씬 낮아졌을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암울한 전망, 천수답이 된 전력시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계획 자체가 중단된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6기에 달한다. 신한울 3, 4호기는 70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고 경북 영덕에 계획됐던 천지 1, 2호기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멈춰섰다. 또 강원도 삼척시에 건립이 추진되던 대진 1, 2호기는 부지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로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들 원전도 건설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전 하나를 계획해서 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짧아도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 그러니까 새로운 원전 추진이 지금의 전기요금을 낮춰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다. 오직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종식되고 국제 유가와 LNG 가격이 떨어지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뭄에 비를 기다리는 천수답, 바로 우리 전력시장의 현실이 된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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