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구현모 KT 대표 연임 논란 가열…후보추천위는 독립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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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구현모 KT 대표 연임 논란 가열…후보추천위는 독립적인가

김기성
기사승인 : 2023-01-04 14:24:32
KT의 CEO 선정 논란, 사외이사 독립성에 대한 의심 때문
사외이사, 고액 연봉에 책임은 없는 '꿀' 직업…거수기 전락
기업 이사회, 주주에게 손해 입힐 경우 배상 책임 명시해야
KT 이사회가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로 결정하자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옹호하고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이러한 논란의 핵심에는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사외이사의 정치적 내지는 지배주주로부터의 독립성 등과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이는 단순히 KT나 포스코, 금융지주와 같은 소유 분산 기업뿐 아니라 일반 상장기업도 해당하는 문제다.

▲ KT 구현모 대표 [KT 제공]

KT 이사회와 사외이사, 구현모 대표의 거수기라는 의심

KT의 경우에 한정해서 본다면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정한 인물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회사 정관에 따른 것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문제는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8명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구현모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에 기울어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는 데 있다.

사외이사의 중립성 문제는 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 불거졌다. 당시 회사는 박종욱 안전보건 총괄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해달라고 이사회에 요청했는데 이 안건은 참석한 사외이사 모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박 대표는 국회의원에 대한 쪼개기 후원 혐의로 벌금형의 사법처리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사외이사들은 회사 정관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에만 결격사유가 된다는 점을 들어 벌금형을 받은 박 대표는 결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사회의 결정 이후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히자 박종욱 대표가 자진 사퇴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KT의 사외이사 가운데 한 명도 이의제기나 반대를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사외이사들이 주주의 이익을 대표하기보다는 구현모 대표 내지는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반대의사 내놓는 소신파 사외이사는 재선임에 실패

KT 사외이사의 중립성이 의심받는 사례는 또 있다. 경제학자인 A 교수는 2019년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재선임에 실패했다.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연임하는 것이 통상의 관례이고 A 교수와 같은 시기에 선임된 다른 사외이사는 재선임됐지만 A 교수는 탈락한 것이다. 이를 두고 KT 안팎에서는 A 교수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A 교수는 앞에서 지적한 박종욱 대표의 재선임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또 KT 경영진의 핵심사업 전략인 클라우드 사업 분사 건에 대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였다. 경영진의 판단에 적극적으로 소신 행동을 보인 사외이사가 연임에 실패하면서 과연 KT 사외이사들이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지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T의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대표이사추천위원회가 아무리 적법한 절차와 공정한 기준으로 차기 CEO로 구현모 현 대표를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중립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 상장기업도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 심각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가지고 지배주주나 경영진에 대해 견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단 KT와 같은 소유 분산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반 상장 기업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보통 대기업의 사외이사는 월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급여가 많은 곳은 연 1억 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한다. 말이 사외이사지 고액연봉을 받고 고용된 직원과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과 견제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상장 대기업의 사외이사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인 또는 퇴직한 관료 출신이다. 그래서 대기업 사외이사는 인생 3모작 최고의 직업으로 꼽힌다. 기업 입장에서는 권력기관과의 관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이런 인물들이 필요하다고 변명하겠지만 과연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사회의 기능과 독립성

자본주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고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주주를 대신해서 경영진을 감시, 감독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이사회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사외이사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가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거수가 역할을 하는 것은 이사회 본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가 아니라면 배임으로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회사와 주주의 입장이 다르고 주주 가운데서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 관계는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상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도 이사들은 회사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2, 3년 전부터 문제가 된 기업의 인적, 물적 분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사회의 문제는 대표적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은 판례를 통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사회가 잘못된 판단으로 주주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거수기 사외이사가 사라질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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