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세계경제 올바른 길로 이끌고 있나…시험대 오른 제롬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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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세계경제 올바른 길로 이끌고 있나…시험대 오른 제롬 파월

UPI뉴스
기사승인 : 2023-04-05 09:26:42
연준 통화정책 성공적이라는 증거 보이지 않아
패러다임 대전환기, 통화정책 목표 재성찰해야
중앙은행가,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 요구돼
파월의 성패, 팬데믹 이후 지구촌 시민 삶에 직결
제롬 파월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으로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한 통화정책 최선봉에 그가 있었다.

세계경제를 옳은 길로 이끌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명백한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파월의 정책 역량은 다시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애초 전망부터 어긋났다. 파월 의장이 한때 일시적이라고 애써 주장했던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만큼이나 심각해졌다. 이후에야 통화정책을 급격한 긴축으로 바꿨지만 아직 인플레이션은 충분한 수준까지 진정되지 않았다. 리스크 또한 잠재되어 있다.

그런 와중에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금융 중추인 은행이 파산했다. 국제 금융시스템이 동요하고,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연준과 파월 의장의 총체적 역량과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고개를 들었다.

그동안 유수 오피니언 리더들은 파월에게 1980년대 폴 볼커 연준 의장처럼 경기침체도 감수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기를 조언했다. 2012년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뭐든지 하겠다"는 결기의 정책대응도 강조했다. 지난해 8월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발신한, 예상을 뛰어넘는 긴축 메시지는 이러한 조언들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노련한 항해자는 해면의 포말을 보되 심해의 흐름을 직시하며 위기의 파고를 넘고 결국 성공적인 항해를 이끈다. 통화정책은 거함(巨艦)이다. 노련한 함장은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지 않는다. 포말과 심해 흐름을 살피며 선제적으로 점차 조금씩 방향을 튼다.

특히 팬데믹 이후 전개되는 패러다임 대전환기의 정책에서 거함을 지휘하는 정책 결정자가 포말만을 보며 과거의 특수했던 정책 패턴을 과도하게 반복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

1980년대의 급격한 긴축 통화정책이 중남미 외채위기를 초래했음을 보더라도 과감한 항로 변경은 값비싼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금융시스템 동요는 그런 흐름에서 파열돼 떨어져 나간 조각일 것이다.

전쟁 등에 따른 공급 압박 인플레이션에 미국이 금리인상으로만 대응하려 했다는, 이른바 가학적 통화주의(sado-monetarism)라는 비판도 있다.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 할 일부 문제를 통화정책에 모두 담을 수는 없음을 말하려는 비판일 것이다.
 
팬데믹 이후 세계는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았다. 글로벌 공공보건과 인간의 안전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열망은 그 대전환기 시대정신일 터다.

이에 지속가능한 경제적 번영과 안전한 사회를 이뤄나갈 수 있는 정책은 더욱 긴요해졌다. 팬데믹 이후 인류의 삶과 한층 더 밀접해진 통화정책도 목표와 패러다임에 대한 재성찰이 필요하다. 정치 영역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주목받듯이 경제 영역에서 파월 의장의 리더십을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통화정책이 특정 도그마에 기계적으로 사로잡히거나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되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포말과 심해의 흐름을 함께 읽는 통찰력, 그리고 인간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중앙은행가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전환기의 세계경제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그러한 역량을 발휘해 이 시대의 선구자적 중앙은행가(avant-garde central banker)로 평가받기를 바란다. 그의 성패에 팬데믹 이후 지구촌 시민의 삶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2011년 정책기획국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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