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하루종일 전화 한 통 없다"…미추홀 주택시장 '올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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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전화 한 통 없다"…미추홀 주택시장 '올 스톱'

박정식
기사승인 : 2023-04-26 17:17:46
수요 발길 끊겨 중개사도 집주인도 전전긍긍
신규 세입자 못 구하자 무보증 월세도 등장
인천 미추홀 주택시장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설상가상으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까지 발생한 탓이다. 

인천시의 전세사기 피해는 지금까지 집계한 규모만 3008가구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미추홀이 2523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남동 153가구, 계양 177가구, 부평 112가구, 서구 32가구, 중구 4가구, 동구·연수 각 3가구, 강화 1가구로 파악됐다. 임의경매는 1523가구, 매각은 87가구가 진행됐다.

대규모 전세사기는 소비자들이 이곳에 얼씬도 안 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25일 인천 미추홀 지역을 찾아보니 주택시장 분위기는 황량 그 자체였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주요 동네로 꼽히는 숭의동·도화동·용현동·주안동 일대 중개업소 20여곳을 찾아다녔지만 손님들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업주나 직원이 나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대로에 있는 중개업소들조차 업주나 직원이 부재중인 곳이 적지 않았다. 하루 종일 책상 조명만 켠 채 문이 잠겨 있거나 실내 전등을 아예 끄고 문을 잠근 곳들도 있었다.

A 중개업소 직원은 "하루 종일 전화 한통 없다. 단순 문의조차 끊겼다"며 "일주일째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6년여 정도 일했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40여개 주택정비사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수혜 등으로 기대감이 커 집값 상승률이 인천에서 가장 높았다"며 "지금은 완전 딴 세상 같다"고 푸념했다.

▲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 숭의동 공동주택 입구에 지난 25일 피해자들이 경매 중단을 호소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정식 기자]

미분양 물건이 쌓이고 있는 상황도 미추홀 주택시장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인천 지역 미분양은 2020년 12월 466가구, 2021년 12월 425가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2월 2494가구, 올해 1월 3209가구, 2월 3154가구로 급증했다. 준공후 미분양도 2020년 12월 103가구, 2021년 12월 152가구 정도였으나 지난해 12월 344가구, 올해 1월 343가구, 2월 346가구로 증가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해 공인중개사들의 직업 윤리를 탓하는 사회적 공분에 대해 미추홀 중개사들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분양 전문꾼들을 탓했다.

B 중개업소 직원은 "타지 중개인들이 분탕질한 탓에 애꿎은 우리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번 사고 물건은 이 지역(미추홀) 중개사들이 중개한 것이 아니다"고 머리를 저었다. 이어 "집값 산정을 통상 공시가격의 150%, 전세가율 100%로 적용하는데 사고 물건은 170~180%까지 잡았다고 한다"며 "담보대출을 부풀리려 한 이런 물건은 위험해 이 지역 중개사들은 거들떠도 안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세대·연립 등 빌라나 나홀로 아파트는 집값 정보가 불투명해 중개사들도 그간 거래 정보와 주변 시세에 비쳐 어림잡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나"라며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집값 정보에 어두워 속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시 적용하는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올해 하향 조정했다. 공시가격의 150%→140%, 전세가율(집값에서 전세가격이 차지하는 비율) 100%→90%로 낮췄다.

C 중개업소 사장도 같은 말을 꺼냈다. 그는 "주변에 수소문해봤는데 이번 전세사기 물건은 미추홀 지역 중개업계에서 취급하지 않았다"며 "공인중개사들만 보는 내부 거래망에도 해당 물건이 올라온 적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개사들은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 하자 물건을 중개하면 구상권 청구를 받는데 그런 문제에 휘말려 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건축주가 특정 중개인들과 짜고 친 판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했다. 건축주·임대인·중개인이 짜고 세입자에게 시세 정보를 속여 집값보다 많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챙겼다는 이야기다. 

▲ 대규모 전세사기 사고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 숭의동 공동주택 내부에 지난 25일 전세 사기 주택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정식 기자]

D 중개업소 사장은 미추홀 주택시장의 특성을 이번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지역이 토지계획 상 대부분 상업지역인데다 과거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다 중단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건축 규제를 완화되면서 주택 건축이 수월해졌는데 용적률과 건폐율이 완화된 틈을 타 건축주들이 이 지역에 빌라나 나홀로 아파트, 오피스텔을 많이 지었다는 지적이다. 미추홀 숭의동과 주변 지역에 나홀로 아파트가 많은 배경이다.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미추홀 지역 집주인들은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좌불안석이다.

E 중개업소를 찾은 집주인 이 모 씨는 "여름이 되면 지금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다음 세입자를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며 "사고가 발생한 뒤엔 문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집주인은 수요자들의 우려를 의식해 최근 보증금 없는 월세 물건을 내놨다. 관리비를 포함해 월 40여만원 수준의 원룸으로 계약조건을 바꿨다.

E 중개업소 직원은 "안전하고 입지도 괜찮은 물건을 보여줘도 수요자들이 의구심을 떨치지 않아 관심도 안 가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고 여파가 계속되면 집주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전세 사기 피해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박정식 기자 pj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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