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칼럼] 지방정부 홀대와 수영 대표선수 유니폼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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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방정부 홀대와 수영 대표선수 유니폼 사고

류영현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19-07-17 16:34:38
▲ 류영현 총괄본부장

우리는 대충 준비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호통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번에도 그렇게 흘러갈 것 같아 안타깝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가 언론에 나와 사과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담당자 한두 명 징계하는 것으로 끝낸다.

 

광주와 여수 일원에서 한창 진행 중인 제18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이번 대회에는 무려 194개국의 국가대표 선수 2639명이 참가해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리고 세계 10억 명이 TV를 통해 대회 경기를 시청하게 된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개최하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하계·동계 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5대 스포츠 축제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이들 5대 스포츠 축제를 모두 개최한 나라가 된다.

 

이 같은 자랑스러운 대회에 어울리지 않는 사고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13일 여수에서 열린 '오픈워터'에 출전한 백승호, 박석현 선수에게는 규정이 맞지 않는 수영모가 제공됐다. 국가명 'KOR'은 매직펜으로 쓰여있었다. 태극마크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더욱이 백 선수는 수영모 크기가 맞지 않아 자꾸 흘러내리는 바람에 이를 붙잡고 수영을 해야 했다. 그는 60명의 출전 선수 중 48위를 기록했다. 맞지 않는 수영모만 아니었어도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 게 틀림없다.

​

다음날도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어졌다.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 나선 우하람 선수에게는 은색 테이프를 덧붙여 특정 상표를 가린 유니폼이 제공됐다. 우 선수는 15일에는 임시방편으로 헝겊에 'KOREA'라고 덧댄 국가명을 붙인 상의를 입고 '10m 싱크로나이즈드' 결승전에 나섰다.

 

행사를 주관한 대한수영연맹은 "대회 시작 2주도 안 남은 지난 1일에야 후원사 계약을 맺은 탓에 준비를 못 했다" 해명했다.

 

이를 보고 있노라니 우리 선수들이 마치 망명 국가의 급조한 대표선수처럼 느껴져 참담했다. 우리가 언제부터 국가 대표선수 유니폼에 비닐 테이프를 붙이거나 고작 헝겊에 임시로 국가명을 인쇄해서 달아야 하는 나라로 전락했을까. 그것도 우리의 안방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유니폼조차 없이 출전한 대표선수를 보고 있어야 할까.

 
이번 사고의 원인이 수영연맹에만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번 대회가 광주와 여수라는 지방 도시에서 개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에서 열렸다면 적어도 이처럼 준비 안 된 경기가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부처에서도 지금보다는 더 신경을 기울였을 것이 자명하다. 장·차관은 수개월 전부터 하루가 멀다고 관련 기관을 모아놓고 회의를 주관하고 챙겼을 것이다. 그래서 문화체육부 장·차관에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몇 번이나 광주에 다녀왔고, 얼마나 자주 행사준비상황을 챙겼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더는 지방정부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된 지방정부 없이는 중앙정부도 온전할 수 없다.

 

 

KPI뉴스 / 류영현 기자 ry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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