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특별기획 광복군] ② 인도서 광복군에 영어 가르친 '유관순 학교'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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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광복군] ② 인도서 광복군에 영어 가르친 '유관순 학교' 설립자

송창섭
기사승인 : 2023-11-15 11:18:18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를 찾아서]
1943년 콜카타 도착 후 델리서 특수 임무 수행 위한 훈련 받아
영어 교육 장소인 '인그라함학교' 추정지, 인그라함 인스티튜트
관광 명소 레드 포트와 델리역도 공작대 활동과 관련된 장소

 

UPI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2023년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지원사업(3차)의 일환으로 지난 8월부터 이달 초까지 미얀마와 인도를 방문해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에 대한 기획취재를 진행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인도·미얀마 전선에서 인상적 활동을 벌였으나 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드문 인면전구공작대의 잊힌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이었다. 인면전구공작대 유적지 전반에 대한 한국 언론 최초의 현지 조사이기도 한 기획취재 결과물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1일 인도 수도 뉴델리. 하늘은 뿌연 안개로 뒤덮여 있다. 도시 전체가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찼다. 오전 10시 뉴델리 실시간 공기 질 지수(AQI)는 357을 가리켰다. 귀국한 뒤인 7일 서울의 AQI는 30이었다. 같은 날 뉴델리는 385를 기록해 공기 질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나쁜 것으로 나왔다. AQI가 높을수록 오염이 심하다는 뜻이다.

 

뉴델리와 옛 수도인 올드델리를 아우르는 델리주의 가을철 대기오염이 살인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추수가 마무리되는 이달과 내달 파종기까지 논밭에 불을 내는 풍습, 빛의 축제 디왈리를 앞둔 폭죽 놀이, 노후화된 대중 교통수단 등이 맞물려 있다.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이하 공작대)가 델리에서 활동하던 시기는 9~12월로 딱 이때와 겹친다. 공작대는 1943년 8월 29일 비행기로 캘커타(현 콜카타)에 도착한 뒤 훈련을 받기 위해 델리로 이동했다. 80년 전 대기오염 상황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현지인은 전한다. 공작대는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광복군은 일본군을 너무 잘 안다는 점에서 영국군의 큰 기대를 받았다. 당시 발행된 신한민보는 1943년 8월 19일자 기사(광복군 사관 1대는 어떤 공작을 위하여 인도에 갔다)에서 "일본을 대항하는 데는 우리 한인보다 더 적당한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한인은 누구보다도 일어에 능하며 일본 풍속을 잘 알며 또 일인의 심리를 이해하며 그 습성을 잘 아는 까닭"이라고 논평했다. 

 

▲ 델리 일대의 인면전구공작대 활동 관련 장소(빨간색 표시 지명). [UPI뉴스]

 

공작대는 험준한 산악을 오르내려야 하니 체력이 뛰어나고 일어에 능통한 대원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콜카타에 도착한 뒤 바로 전장에 투입될 수 없었다. 영국군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영어를 익혀야하기 때문이다.


공작대원들은 1943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뉴델리 인근 가지아바드 내 '인그라함학교'에서 영어 회화 교육을 받았다. 당시 영어 교사는 미국인 선교사 출신 프랭크 얼 크랜스턴 윌리엄스(Frank Earl Cranston Williams)였다.

한국에서 35년간 활동한 윌리엄스 선교사는 1906년 충남 공주에 영명학교(설립 당시 명칭은 중흥학교)를 세우는 등 우리와 인연이 깊었다. 영명학교는 이화학당 편입 전 유관순 열사가 다닌 곳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숱한 인재를 길러낸 유서 깊은 배움의 전당이다.


하지만 윌리엄스 선교사는 일본의 극심한 탄압에 못 이겨 1940년 11월 강제로 조선 땅을 떠나야 했다. 그는 일본 고베를 거쳐 뉴델리 인근 가지아바드에 와서 생활했다. 조선말이 유창한 윌리엄스 선교사야말로 공작대원에겐 최고의 영어 선생님이었다.


인도 현지에서 인그라함학교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옛 기록이 많이 소실됐다. 1926년 설립된 '인그라함 인스티튜트'(Ingraham Institute)가 그나마 유력한 곳으로 추정된다.

이 학교는 윌리엄스 선교사와 같은 미국 감리교 출신 선교사인 F. M. 노스(North) 박사가 세웠다. 당시 가지아바드 내 '인그라함'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교육시설은 인그라함 인스티튜트가 유일했다. UPI뉴스 탐사보도부가 지난 5일 현지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윌리엄스 선교사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 인도 델리에서 동쪽으로 19km 떨어진 산업 도시 가지아바드에 위치한 인그라함 인스티튜트. 공작대원들이 1943년 영어 교육을 받은 인그라함학교로 추정되는 곳이다. [UPI뉴스 서창완]

 

올드델리 명소인 레드 포트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 주둔 영국군 총사령부(동남아전구사령부)가 있었다. 이곳은 공작대가 대일 선무 방송과 노획된 일본군 문서 번역 작업을 훈련받은 장소로 추정된다. 

 

'붉은 요새'란 뜻의 레드 포트는 무굴제국 황제 샤 자한이 1648년 세운 궁성이다. 붉은색의 사암으로 성곽을 지었다. 레드 포트는 지금은 인도의 대표 관광 명소다. 내부에는 영국군이 세운 건물과 연병장 자리가 지금도 남아 있다. 

 

▲ 지난 5일 인도 올드델리에 위치한 레드 포트가 뿌연 안개에 뒤덮여 있다. 공작대가 1943년 9월부터 이곳에서 특수 임무 수행을 위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UPI뉴스 서창완]

 

공작대와 관련된 장소 중 한 곳인 델리역(Delhi Junction Railway Station)도 옛 모습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콜카타에서 활동한 한지성 대장을 비롯한 공작대원들이 후방인 델리를 오갈 때 주로 이용한 역으로 여겨진다. 

 

▲ 지난 5일 인도 델리역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공작대가 델리와 콜카타를 오갈 때 이 역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UPI뉴스 서창완]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서창완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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