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방지법 1년 '직장 내 괴롭힘' 여전…오리온·샘표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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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법 1년 '직장 내 괴롭힘' 여전…오리온·샘표 '빈축'

황두현
기사승인 : 2020-07-13 17:05:56
오리온,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조직문화 개선 지도
샘표식품, 익명게시판 시끌…"절차 따라 처리"
LG하우시스, 고용부 조사...'폐쇄적 조직문화' 개선권고
시민단체·인권위 "괴롭힘 방지 예방교육, 의무화해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1년째를 맞았지만, 유통기업들의 문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식품 기업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노동시장 변화를 따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는 더욱 강제적인 시행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전북의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A 씨는 사내에서 일부 상급자에게 언어적 고통을 당한 뒤, 부당한 시말서 제출을 강요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은 성희롱 정황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리온 익산공장에 대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당한 시말서 제출 강요 행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회사 내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개선지도 및 권고 조치했다.

오리온 측은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지도 및 권고를 수용한다"고 밝히면서도 "시말서를 받은 행위는 담당 직원이 임의로 결정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5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제공]

지난 4월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식료품 유통기업 샘표식품 내에서 상급자의 부하직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정황 의혹도 제기됐다. 게시물 작성자는 '퇴사압박', '강제출장', '인신공격'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내부 조사를 마친 뒤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말했다.

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1월에는 LG하우시스가 직장 내 괴롭힘 정황으로 고용노동부의 조사 받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등으로 개선권고 조치를 받았다.

식품회사 특유의 조직 문화가 노동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먹거리를 제조하는 사업 특성상 신제품 개발보다는 기존 상품의 위생 관리를 엄격히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 중에서도 특히 식품회사는 성공한 소수의 제품으로도 장기간 존속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자연스레 오너의 입김이나 장기 근속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 조직 문화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7월 16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이 없고 4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서다. 또 본사와 떨어진 지방 사업장은 관리감독이 소홀할 개연성도 높다.

▲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관련 내용. 가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은 없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실제로 근로기준법 76조에는 피해 사실의 신고, 조사 및 피해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가해자 처벌 규정은 없다. 게다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 지위나 관계상 우위를 이용 또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 관련 행위가 근로자에게 고통을 줬다는 사실의 증명 등 3가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직장인 다수가 법 시행 자체를 모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응답자의 37%가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회사 규모가 작고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법 시행 사실을 아는 비율도 낮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회사 자체적인 예방교육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련 교육을 이수한 직장인(63%)이 그렇지 않은 직장인(48%)에 비해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직장갑질 119는 "정부가 취업규칙을 전수조사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담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회사가 예방 교육을 의무 실시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지적이 잇따르자 국가인권위원회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 협약 등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을 명문화했지만 사용자 처벌 규정과 조치 위반에 대해 제재가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보도문을 통해 "근로기준법에 행위자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사용자의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적절한 제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사업주의 법률상 의무로 명문화할 것"을 권고했다.

KPI뉴스 / 황두현 기자 h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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