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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일파만파…급해진 美 정부·긴축 브레이크 걸린 연준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3-03-13 16:41:07
시그니처뱅크 파산·은행주 폭락…美 정부, SVB 예금 전액 보증
연준, 3월 FOMC 베이비스텝 '유력'…"금리 동결할 수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총자산 2090억 달러(약 276조 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JP모건 체이스의 워싱턴뮤추얼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에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은행주가 폭락하는 것은 물론, "은행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뱅크런'(대규모 은행 예금 인출 사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모든 은행들은 고객 예금 대부분을 대출, 채권 등에 투자하고 극히 일부만 보유하기에 뱅크런에 취약하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시그니처뱅크(총자산 1104억 달러·약 146조 원)가 문을 닫았다. 이날 뉴욕주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는 시그니처뱅크를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염려한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웨일런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리처드 크리스토퍼 웨일런 의장은 "공매도 투자자들이 소형 은행을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회사 벤치마크의 에릭 비슈리아 파트너도 "총자산 2500억 달러(약 330조 원) 이하인 중소형 은행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SVB가 주로 실리콘밸리 내 정보기술(IT) 기업들과 거래했기에 IT주가 폭락하고, 다수 IT기업들이 위험에 처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후폭풍을 경계해야 한다"며 "중형 규모인 SVB 파산 사태가 뱅크런을 촉발시켜 심각한 자금경색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뜩이나 고금리 연향으로 업황 부진 및 자금난에 직면한 실리콘밸리 내 벤처캐피탈 및 IT기업의 연쇄부도 압력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가에서는 SVB 파산이 주식, 채권, 암호화폐 등 자산시장이 붕괴하는 신호탄이 될 거란 예상도 나온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 뉴시스]

미국 정부는 다급해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SVB 파산 직후에는 "구제금융 계획은 없다. 미국 은행 시스템은 회복력이 있다"며 느긋한 태도를 취했지만, 시그니처뱅크까지 쓰러지자 입장이 바뀌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및 FDIC는 이날 SVB와 시그니처뱅크의 모든 예금을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예금자보호법은 25만 달러 이하 예금만 보호하는데, 이를 넘는 예금도 전부 보증하기로 한 것이다. 

연준의 긴축 강화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SVB 파산에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돼 연준에 대한 비난까지 쇄도하고 있다. 

SVB는 과거 예금을 주로 미국 국채 장기물에 투자했는데,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보유 중인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그런 와중에 고금리로 자금난에 처한 고객(IT기업)들이 예금을 빼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을 팔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런 손실 소식에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SVB는 삽시간에 파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코스카 이코노미스트는 "SVB 파산은 급격한 금리인상이 생각지도 못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MAP시그널스의 알렉 영 최고투자전략가는 "SVB 사태로 연준 긴축 기조가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지난 9일까지는 고강도 긴축을 전망했다.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 인상할 거란 예상이 80%를 넘었다. 하지만 SVB 파산 후 30%대로 내려앉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3월 FOMC 전망을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바꿨다. 

바클레이즈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준이 빅스텝을 꺼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베이비스텝을 예측했다. 김 교수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VB 파산으로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금융 충격을 완화하려면 연준이 일시적으로라도 긴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준 최종 기준금리를 4.75~5.00%로 예측했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가 4.50~4.75%이므로 0.25%포인트만 더 올리는 걸로 금리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한다는 관측이다. 

그는 또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침체는 깊어지고 인플레이션은 둔화될 것"이라며 "연준이 올해 4분기쯤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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