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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대기업 임원 인사, 앞당겨지고 직급은 통합

UPI뉴스
기사승인 : 2022-11-27 08:23:16
대기업 직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0.83%의 바늘구멍
직장인의 별 임원은 언제든 해임될 수 있는 '임시직원'
LG그룹이 지난주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와 CJ 등 일부 그룹은 예년보다 앞당겨 이미 임원 인사를 발표했지만, 삼성과 현대차 SK 그룹은 다음 달에 임원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직장인의 별이라는 대기업의 임원. 실제로 별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 유니코써치가 조사한 것을 보면 직장인으로 출발해 임원이 되는 확률은 1%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가운데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100개 회사의 전체 직원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83만3720명이다. 이 가운데 등기 임원을 제외한 비등기 임원은 6894명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으로 직원 120.9명 당 임원 1명인 셈이다. 확률로는 0.83% 수준에 불과하다. 임원으로 승진하기가 바늘구멍이라는 얘기다.

임원 승진은 어렵지만, 연봉과 각종 혜택은 껑충

이렇게 바늘구멍을 뚫고 임원으로 승진하면 가장 달라지는 것이 연봉이다. 회사와 새로운 연봉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임원으로 승진하면 연봉이 두 배 가량 뛰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임원 평균 급여는 7억9천만 원, 현대차는 5억2900만 원, LG 6억8천만 원, SK 5억7800만 원으로 일반 직원의 연봉보다 대략 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의 실적이 좋으면 임원은 별도로 성과보수를 받게 된다. 삼성의 경우 임원이 받는 전체 보수 가운데 57.4%가 성과보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보수 체계로 대기업에서는 100억 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는 임원도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또 임원이 되면 복리 후생에서도 큰 변화가 생긴다. 첫 번째가 차량 제공이다. 초임 임원에게는 대략 그랜저 정도의 차량이 제공되는데 보험료와 유지 관리비는 모두 회사에서 부담해 준다. 물론 전무나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차량의 등급도 같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대부분 그룹이 부사장급부터는 별도의 사무실과 비서를 제공한다. 또 골프 회원권을 지원하는 기업이 대부분이고 그린피도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밖에도 1년에 한 차례 고가 건강 검진 패키지를 제공하고 호텔 피트니스 이용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일반 직원은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해야 하지만 임원은 비즈니스 급으로 제공된다.

▲ 재벌 대기업 로고 [UPI뉴스 자료사진]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


임원으로 승진하게 되면 기존의 근로계약은 해지되고 임원으로서 새로운 계약을 맺게 되는데 법적으로 위임 계약에 해당한다. 회사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업무를 수행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또 임원 계약 기간이 길어야 2년, 보통 1년 단위로 체결되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오너의 변덕이 발동하면 언제든 짐을 싸서 집으로 가야 하는 불안한 처지인 것도 사실이다.

또 회사가 어려워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생기면 해고 대상 1위가 임원이다. 직원에 비해 급여가 많아 임원을 퇴사시키면 그만큼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임되기 때문에 해임에 따른 갈등이나 분쟁의 소지도 없다. 따라서 연차가 높은 부장이나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켜 1년 만에 퇴사시키는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원의 지위는 불안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보통 대기업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보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임원 승진자 명단이 발표된다. 그러나 그 뒷면에는 그만큼 많은 임원이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는 화려한 별을 다는 영광의 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쓸쓸하게 사회생활을 마감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3고 위기에 임원 인사 시기 당겨지고 임원직급 통합

대기업 임원 인사는 대체로 연말, 연초 실시됐다. 그러나 올해에는 한화와 CJ, 현대중공업, 코오롱그룹,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이 앞당겨 인사를 발표했고 나머지 그룹들도 예년보다는 조기에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고 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임원의 직급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도 트렌드로 등장했다. SK그룹은 2019년부터 상무, 전무, 부사장을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CJ그룹도 지난해부터 임원직급을 일괄적으로 경영 리더로 통합했다. 한화는 올해부터 임원직급을 없애고 실장, 본부장, 담당이라는 직책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미래 먹거리로 등장한 2차 전지와 수소, AI 등의 사업을 위해서는 유연한 조직 운영과 발 빠른 대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임원 인사를 이미 발표한 그룹을 보면 오너 3, 4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고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을 맡겨 후계 구도를 확정했다. 또 CJ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를 CJ제일제당이 핵심사업인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을 변경해 3세 승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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