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정말 경제 걱정된다면 재벌 개혁에 관심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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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정말 경제 걱정된다면 재벌 개혁에 관심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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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 2022-12-16 09:15:29
자본에 너그럽고 노동에는 냉혹한 언론의 잣대
정부의 강경 대응에 더해 화물연대 파업 '맹폭'
재벌 비중 높은 한국경제…언론 감시 역할해야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는 매출액의 13% 정도를 인건비로 사용한다. 국내 500대 기업의 해당 숫자가 6% 아래니까 다른 업종의 두 배가 넘는 셈이다. 2014년 현대차는 5조 원대 중반의 인건비를 지출했다. 

당시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의 감정가는 3.3제곱미터당 1.4억 원이었다. 현대차는 이 땅을 낙찰받기 위해 감정가의 세 배인 4.4억 원을 제시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5조를 쓰면 아슬아슬하고, 5.5조를 쓰면 확실히 낙찰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얘기가 많았다. 현대차가 해당 부지를 10조5000억 원에 낙찰 받았으니까 시장 예상치 보다 5조를 더 지불한 셈이 된다. 연간 인건비와 맞먹는 돈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한 걸 놓고 언론이 하루 이틀 문제를 제기하다 이내 조용해졌다. 

현대차가 임금협상을 위해 파업을 벌이면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생산 차질이 몇 조'부터 '귀족 노조', '대를 이은 고용 요구'까지 하는 얘기도 정해져 있다. 올려달라고 요구한 금액을 다 더한 게 한전부지를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매입한 금액의 5% 정도나 될까? 언론의 잣대는 자본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노동에는 한없이 냉혹하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자 많은 언론이 달려들어 맹폭을 가했다. 비난이 최고에 달했을 때에는 우리 경제의 모든 문제가 화물연대 때문이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럴수록 정부는 더 강경해졌다. 지지율에 도움이 됐기 때문인데,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파업이 끝난 후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노동개혁을 못하면 정치도 경제도 망한다는 얘기도 했다. 날이 선 언론과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밀려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했다. 

파업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다. 화물연대가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을 옹호할 용기도 없다. 그래도 하나는 얘기하고 싶다. 언론이 화물연대 파업에 보였던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재벌개혁에 관심을 보인다면 세상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여기에서 말하는 관심은 언론의 본질적 기능인 '감시'이다. 

앞으로 재벌이 경제에서 점하는 위상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재벌이 큰 돈을 벌던 시대와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거기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팔아 돈을 벌던 회사가 각광받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 작더라도 창의성을 갖춘 기업 쪽으로 경제의 주도권이 넘어오고 있는데, 돈을 벌었던 경험과 다른 일이 벌어지니 재벌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우리 재벌들은 2000년 중반 호경기 때 번 돈으로 땅을 사고, 계열사를 늘리고, 안전한 정부 인허가사업을 따겠다고 뛰어들었다. 

오랜 시간 우리 재벌들은 추격자(fast follow) 전략을 구사해왔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제품이 본격적으로 상품화될 때에 빠르게 따라잡아 돈을 버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말 경제가 걱정된다면 화물연대 파업만큼 재벌 개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재벌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화물연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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