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은행 꼴보기 싫다고, 경쟁자 늘려라? 정책이 아니라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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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은행 꼴보기 싫다고, 경쟁자 늘려라? 정책이 아니라 억지

UPI뉴스
기사승인 : 2023-02-24 09:32:53
은행 성과급 잔치에…정부, 챌린저뱅크·인가 세분화 도입 거론
메기 될 거라던 '챌린저뱅크' 카뱅 등 인터넷은행, 성장성 의문
80년대 경쟁 촉진 위해 만든 동화·대동·평화은행도 결국 합병돼
외환위기 후 메가뱅크가 큰 흐름…방향 틀기전 좀 더 고민했어야
정부가 은행 개혁을 언급했다. 국내 은행들이 이익의 80% 이상을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등 과점적 지위에 안주하면서 과도한 성과급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5대 시중은행은 1조3823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2021년보다 35% 늘었다.

은행개혁은 경쟁자를 더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점 체제 완화를 위한 챌린저 뱅크와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선스)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챌린저 뱅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점 체제가 심화되자 영국 금융당국이 그 대안으로 새롭게 도입한 방식이다.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특화된 소매금융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가 세분화는 단일 인가 형태인 은행업의 인가 단위를 보다 세분화해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소상공인 전문은행, 도소매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에 챌린저 뱅크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은행들이 챌린저 뱅크의 사촌 정도 된다.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도 비슷한 형태의 영업을 하고 있다. 

상장 전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모두 모은 것보다 컸다. 그만큼 성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그저 그렇다. 시가총액이 12조로 KB금융지주의 20조에 미치지 못한다. 자산상태는 더 형편없다. KB금융지주의 자산이 606조인 반면 카카오뱅크는 47조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금융자산이 거의 대부분 자리를 잡은 상태여서 카카오뱅크가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금융기관의 자산을 뺏어와야 한다. 이는 사람들의 은행 거래 관행을 감안할 때 쉬운 일이 아니다. 은행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자산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카카오뱅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카카오뱅크도 그런데 새로 챌린지 뱅크를 만든다면 그 미래는 안 봐도 뻔하다.

'동화은행, 대동은행, 평화은행'…1980년대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은행들이다. 결과는 모두 실패해 외환위기 때 다른 은행에 합병됐다. 은행의 규모가 작고 자산도 많지 않다 보니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영업이 위기 때에 큰 부실을 낳은 결과다. 

은행이 돈을 많이 벌어 직원들이 성과급을 챙기는 게 문제라면 이와 관련한 회사 내규를 손보면 된다. 이 간단한 일을 경쟁자를 더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메가뱅크(megabank)를 추구해 왔다.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와 힘을 가진 은행을 만들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은행 개혁은 그 동안 정책과 다른 방향이다. 

연초에 주주환원 정책으로 크게 올랐던 은행주가 은행이 돈을 너무 번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15% 넘게 하락했다. 이를 보면서 왜 한국의 은행 주가가 주당순자산의 0.5배도 되지 않는 수준에서 거래되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정부의 과다한 참견 때문에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은행의 문을 닫고 남은 자산을 모두 나눠 갖는 것보다 싼 가격임에도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이다.

금융처럼 경제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냥 꼴 보기 싫어서 은행을 더 만들겠다고 하는 건 억지일 뿐 정책이 아니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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